Archive for the '말씀 그리고 하루' Category

물 먹이지 마세요.

줄줄 새는 낙원의 말들 앞에서 주워담을 길 없는 떨어지는 가을날의 잎들처럼 입은 철들지 않았고 사람들은 물 먹었다. (박용하, 새털구름, 부분) 사랑하지도 존경하지도 최선을 다하지 않으면서도 서슴없이 사랑한다고 존경한다고 최선을 다한다고 하는 말의 사람들. 철들지 않은 화려한 입의 사람들 덕분에 물 먹은 게 어디 한 두 번입니까? 내일 고치러 가겠습니다 하루가 금가고 이틀이 깨져도 오지 않는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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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도 같이 보세요.

요즘은 웬만해선 ‘뒤’ 보기가 어렵습니다. 숨기기도 하고 잘 보려고도 하지 않기 때문이겠지요. 하지만 보이는 것만 보다가는 자신도 모르게 시선의 감옥(M.푸코)에 갇히게 됩니다. 벗어나는 길은 앞만 보지 않고 뒤도 꿰뚫어 보는 것입니다. 백화점 마네킹 앞모습이 화려하다 저 모습 뒤편에는 무수한 시침이 꽂혀 있을 것이다. 뒤편이 없다면 생의 곡선도 없을 것이다. (천양희, 뒤편, 부분) 뒤를 보면 앞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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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 한번 잡아 보시죠!

그는 육체에 계실 때에 자기를 죽음에서 능히 구원하실 이에게 심한 통곡과 눈물로 간구와 소원을 올렸고 그의 경건하심으로 말미암아 들으심을 얻었느니라.(히브리서 5:7) 주님은 기도하실 때 아이처럼 두 손 꼭 잡고 간절하게 기도드렸을 것 같다는 상상을 하곤 합니다. 마음이 마음에게 지고 내가 나인 것이 시끄러워 견딜 수 없을 때 내가 네가 아닌 것이 견딜 수 없이 시끄러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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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늦지 않게

우리 집에 놀러 와, 목련 그늘이 좋아. 꽃 지기 전에 놀러 와. 봄날 나지막한 목소리로 전화하던 그에게 나는 끝내 놀러 가지 못했다. 해 저문 겨울날 너무 늦게 그에게 놀러 간다. 나 왔어. 문을 열고 들어서면 그는 못 들은 척 나오지 않고 이봐, 어서 나와 목련이 피려면 아직 멀었잖아. 짐짓 큰소리까지 치면서 문을 두드리면 弔燈(조등)하나.. (나희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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告解聖事

낙엽지는 소리로 나는 가슴 깊이 감추어둔 그의 비밀을 듣는다. 우수수 내 쏟는 말씀과 말씀. 조용히 고해성사를 하는 벚나무 한 그루. (오세영, 고해성사, 부분) 해마다 깊이 감추어둔 비밀을 고했기에 봄마다 그는 그렇게 아름다울 수 있었나 봅니다. 숨기지 않고 고해성사를 하는 자연의 겸손함이 부럽습니다. 올해만은 슬쩍 넘어가지 않고 가슴에 담아둔 비밀 우수수 쏟아지는 낙엽 밑에서 하고 싶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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벽 보는 게 편한 분들에게

벽을 보고 누워야 잠이 잘 온다 그나마 내가 세상을 대할 수 있는 유일한 자세다. 세상 아무것도 바꾸지 못하고 밥이나 먹고 살기로 작정한 날 부터 벽 보는 게 편하다. 물론 아무도 가르쳐준 적은 없는 일이다. 여기는 히말라야가 아니다. (허연, 면벽, 부분) 한 번쯤 해 봐서인지 벽 보고 자고, 벽 보는 게 편하다는 말에 살짝 웃게 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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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사한 쓸쓸함

저처럼 종종걸음으로 나도 누군가를 찾아 나서고 싶다. (황인숙. 비) 아마 시인은 차가운 가을비 맞으며 쓸쓸하게 걸쳐있는 빛바랜 단풍을 보고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나는 아직 무사히 쓸쓸하고 내 쓸쓸함도 무사하다네 하루가 얼마나 짤막한지 알지 못했다면 단 하룬들 참지 못했으리 (황인숙, 비유에 바침, 부분) 무사한 쓸쓸함에 안도하는 마음 더 애틋하게 다가옵니다. 이런 날 종종걸음으로 찾아갈 누군가가 있다면 쓸쓸함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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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한마디

내가 어린아이였을 때 어머니는 내게 ‘사람이 되어야지’란 말씀을 제일 많이 하셨다. 꾸지람을 하실 때도 칭찬을 하실 때도 늘 그 한마디 ‘사람이 되어야지’ 내가 어른이 되었을 때 어머니는 내게 ‘알아서 해야지’란 말씀을 제일 많이 하셨다. 꾸지람을 하실 때도 칭찬을 하실 때도 늘 그 한마디 ‘알아서 해야지’ 어머니 보시기에 내가 과연 사람이 되었을까 어머니 보시기에 내가 과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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後悔: 그때 왜! 

어찌하여 너는 남의 눈 속에 있는 티는 보면서, 네 눈 속에 있는 들보는 깨닫지 못하느냐? 위선자야, 먼저 네 눈에서 들보를 빼내어라. 그래서 네 눈이 잘 보여서 남의 눈 속 있는 티를 빼 줄 수 있을 것이다.(마7:3,5. 새번역) 저 사람은 거짓말을 너무 좋아해 ​ 저 사람과는 결별해야겠어 하고 결심 했을 때 그때 왜 나의 수많은 거짓말했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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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풍:천둥:벼락 덕분에

저게 저절로 붉어질 리는 없다. 저 안에 태풍 몇 개 저 안에 천둥 몇 개 저 안에 벼락 몇 개 저게 저 혼자 둥글어질 리는 없다. 저 안에 무서리 내리는 몇 밤 저 안에 땡볕 두어 달 저 안에 초승달 몇 날 (장석주, 대추 한 알) 그러고 보면 대추 한 알 익는 것도 보통 일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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