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집에 놀러 와, 목련 그늘이 좋아.
꽃 지기 전에 놀러 와.
봄날 나지막한 목소리로 전화하던 그에게
나는 끝내 놀러 가지 못했다.
해 저문 겨울날
너무 늦게 그에게 놀러 간다.
나 왔어.
문을 열고 들어서면
그는 못 들은 척 나오지 않고
이봐, 어서 나와
목련이 피려면 아직 멀었잖아.
짐짓 큰소리까지 치면서 문을 두드리면
弔燈(조등)하나..
(나희덕, 너무 늦게 그에게 놀러 간다, 부분)
그는 너무 빨랐고
나는 너무 늦었습니다.
너무 빠름과
너무 늦음의 틈에서
삶과 죽음이 그만 엇갈려 버린 거지요.
엇갈림만 사무칠 뿐입니다.
모든 일에는 다 때가 있다.
세상에서 일어나는 일마다 알맞은 때가 있다.(전3:1.새번역)는
말씀이 실감 날 수 밖에 없습니다.
너무 빨리와
너무 늦게의 애틋한 거리
무엇으로 막을 수 있을까요?
사랑도
믿음도
용서도
너무 늦지 않기를 바랄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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