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며 씨를 뿌리는 사람(시126:1~6)
1. 그리움과 감사함
미당 서정주 시인의 예쁜 시 한편 보면서 말씀 시작하겠습니다. 추석 전날 달밤에 가족들이 모여 송편을 빚는 어린 시절의 모습을 한 폭의 수채화처럼 보여주는 시입니다.
추석 전날 달밤에 마루에 앉아
온 식구가 모여서 송편 빚을 때
그 속 푸른 풋콩 말아넣으면
휘영청 달빛은 더 밝어 오고
뒷산에서 노루들이 좋아 울었네.
‘저 달빛엔 꽃가지도 휘이겠구나’
달 보시고 어머니가 한마디 하면
대수풀에 올빼미도 덩달어 웃고
달님도 소리내어 깔깔거렸네
달님도 소리내어 깔깔거렸네.
(서정주, 추석 전날 달밤에 송편 빚을 때, 내 어렸을 때의 시간들)
휘영청 달빛 아래 있는 모든 것들이 즐겁고 신나 있습니다. 노루도 웃고, 올빼미도 웃고, 달님도 웃고. 이제는 하늘에 계신 어머니도 웃고. 갈 수만 있다면 다시 가고 싶은 추석 전날의 정겨운 모습입니다. 추석은 그리움이고, 감사입니다. 사느라 바쁘고, 사느라 아팠던 우리네 마음을 그리움의 시간들로 되돌리는 마법같은 날입니다.
괴테가 한 말이라고 합니다. ‘그리움을 아는 사람만이 나의 고뇌를 알아준다’. 그리움의 아픔을 간직하고 있는 사람이 남의 아픔을 알아 줄 수 있습니다.
저도 명절이 되면 그리운 아버님, 어머님을 생각하면서 아버님이 오래 전에 남기신 시집을 꺼내 읽습니다. 이번에도 빛 바랜 시집을 넘기면서 전쟁통에 떠나온 고향, 마음에 담긴 그리움과 아픔이 눈물 겹도록 전해졌습니다. ‘추억’이라는 제목을 갖고 있는 시 한편 읽어 드리겠습니다.
귀뚜라미 가을밤에 서정을 안고
가을비는 창가에서 세월을 울 때
어릴적 추억은 비 맞으며 세월을 센다.
상념의 길가는
언제나 어두운 비탈길
고달픈 추억은
배를 타고 피난을 간다.
무수히 흘러간 세월의 여름밤
삶의 마당가는 모닥불이 피어나는데
멀어지는 밤하늘에 별의 사연이 아프다.
(추억, 자화상, 1969, 양계성)
어릴 적 추억이 쓸쓸히 비를 맞고 있지만 그래도 아픔을 안고 그리워하고 있습니다. 가을비가 창가에서 우는 게 아니라 ‘당신’이 울고 계신 것입니다. 깊은 그리움은 아픔입니다. 아픔이지만 그 아픔의 그리움으로 하나님을 그리워하고, 사람들을 그리워하면서 미움과 원망이 아니라 넉넉함과 용서와 사랑과 감사함으로 살아가는 것입니다.
추석은 그리움입니다. 감사입니다. 이해입니다. 용서입니다. 이런 귀한 마음이 추석을 보내는 우리 모두의 마음이 되면 좋겠습니다.
2. 울며 씨를 뿌리는 사람들
오늘 읽은 말씀이 시편 126편인데 이 말씀에도 기쁨과 눈물과 다짐으로 가득합니다. 126편의 배경은 초막절입니다. 이스라엘에는 3대 절기가 있습니다. 봄에는 유월절, 여름에는 맥추절, 가을에는 초막절입니다. 초막절은 추석과 같은 절기입니다. 이 초막절에 성전에 올라가는데 그 초막절 순례의 때에 부르던 시편이 126편입니다. 시의 내용을 보면 1~3절까지는 감사, 4절부터 6절은 다짐입니다.
바벨론 포로에서 귀환한 이들이 초막절을 맞아 성전에 올라가면서 가슴 벅차합니다. 성전에 다시는 갈 수 없을 것으로 생각했는데 갑자기 찾아온 해방으로 그들 영혼의 고향, 마음의 안식처인 성전을 향해 가고 있습니다.
얼마나 좋았는지 1절에 보면 ‘꿈꾸는 것’ 같았다고 합니다. 이게 정말인가? 사실인가? 사실입니다. 그래서 함박웃음이 터지고, 흥겨운 노래 소리가 절로 나오고 있는 중입니다. 3절입니다. ‘여호와께서 우리를 위하여 큰 일을 행하셨으니 우리는 기쁘도다’
하지만 이들의 노래는 기쁨과 감사로만 그치지 않습니다.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갑니다. 4절입니다.’여호와여 저 네겝 강바닥에 물길 돌아오듯이 우리의 포로들을 다시 데려오소서’(공동) 자신들이 받은 은혜를 품고 기도하기 시작합니다. ‘여호와여, 우리는 고향으로 돌아와 성전을 향해 올라가는 큰 은혜를 맛보고 있습니다. 기쁨과 감사가 가득합니다. 하지만 아직 돌아오지 못한 이들이 있습니다. 이제 그들도 돌아오게 해 주십시오’
그리고 우리가 잘 아는 말씀이 이어집니다. 5절. 눈물을 흘리며 씨를 뿌리는 자는 기쁨으로 거두리로다. 6절. 울며 씨를 뿌리러 나가는 자는 반드시 기쁨으로 그 곡식단을 가지고 돌아오리이다’
다짐입니다. 아직 돌아오지 않은 이들을 위해 무엇인가를 하겠다는 것입니다. 눈물 흘릴만큼 쉽지 않다는 것도 압니다. 하지만 그래도 씨를 뿌려보겠다는 것입니다. 그렇게 울며 씨를 뿌릴 때 ‘여호와시여 농부들이 가을의 날 결실하듯이 자신들에게도 기쁨으로 단을 거둘 그 날을 주십시오’ 그러니까 울며 씨를 뿌리는 사람은 누구를 위해 씨를 뿌리는 겁니까? 자신이 아니라 타자,아직 돌아오지 못한 이웃, 동족, 동포들을 위해서 씨를 뿌리겠다는 것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5절과 6절을 잘못 읽고 있습니다. 마치 내가 눈물을 흘리고 씨를 뿌리면 하나님께서 그 씨뿌림에 응답하사 자신의 수고와 애씀에 결실을 맺게 해 주시는 것으로 읽고 있습니다. 하지만 본문의 방향은 나에게 있지 않고 너에게 있습니다. 자기 자신을 위해 울며 씨를 뿌리는 게 아니고 ‘너’를 위해 울면서 씨를 뿌리겠다는 것입니다.
마음이 귀합니다. 자신의 결실과 기쁨에 매몰 당하지 않고 있습니다. 그러니까 지금 울며 씨를 뿌리는 사람은 자신을 위해 씨를 뿌리는 사람이 아닙니다. 형제와 자매들을 위해, 자신의 민족을 위해, 시대와 역사를 위해 씨를 뿌리는 사람입니다.
3. 뿌려야 할 씨: 믿음, 소망, 사랑.
시편이 주는 도전이 귀하고 큽니다. 자신의 기쁨과 결실만 보지 말라는 것입니다. ‘이게 꿈이야 생시야’ 할 정도로 큰 기쁨이 있지만 여전히 눈물 흘리는 사람이 있고, 노래하지 못하는 사람이 있다는 것을 잊지 말라는 것입니다.
4절 처럼 우리 주변에도 포로로 잡혀, 매여있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뭐에 매여 있습니까? 원망, 분노, 감정에 매여 있습니다. 자신에 매여 있고, 아픈 과거에 매여있고, 한낱 정치인들에 매여서 한풀이 하면서 사는 사람들이 너무 많습니다. 하나님도 믿음도 보지 못합니다.매이다 보니 추석날 가족이 모여도 아차하는 순간 터져, 감정의 골만 깊어집니다. 어떻게 해야 합니까? 이들을 위해 씨를 뿌려야 합니다. 눈물 날 정도로 쉽지 않은 일이지만 기쁨의 단을 거둘 그 날을 기대하면서 씨를 뿌려야 합니다.
주님이 골고다 언덕에서 십자가를 지고 가실 때 뒤따로 오면서 슬피 우는 여인들을 향해 하신 말씀이 눅23:28에 나옵니다.‘예루살렘의 딸들아 나를 위하여 울지 말고 너희와 너희 자녀를 위하여 울라’. 주님 자신도 아프지만 눈물 흘리는 그들을 보면서 그들 자신을 위해, 그리고 그들의 자녀를 위해 울라 말씀하십니다. 아픔의 공감입니다. 다가올 고난의 날을 바라보면서 자신을 위해, 자녀들을 위해 눈물의 씨를 뿌리라는 것입니다.
어떤 씨를 뿌리고 싶으십니까? 어떤 씨를 뿌려야 합니까? 저더러 씨를 고르라고 한다면 세 가지 씨를 고르겠습니다. 믿음, 소망, 사랑입니다. 믿음, 소망, 사랑은 수 많은 매임에서 벗어나게 하는 신비의 씨입니다. 자세히는 말씀드리지 않겠지만 분명한 것은 이 귀한 씨가 지금 죽어가고 있습니다. 뿌려지지 않고 있습니다.
믿음 대신 불신과 불만이 가득차 있고, 희망대신 절망과 좌절하는 이들이 많아지고 있습니다.사랑 대신 미움과 원망, 증오가 왜 이렇게 많습니까? 과장입니까? 진실입니까? 불신과 절망, 원망으로는 기쁨으로 단을 거둘 수 없습니다. 결실을 방해하는 가라지들을 뽑아야 매임에서 벗어날 수 있습니다. 헤밍웨이는 ‘희망을 갖지 않는 것이 죄’라고 말했는데 포기하지 말고 믿음, 소망, 사랑의 씨를 뿌려야 합니다. 이 세 마음이 우리를 살립니다.
데살로니가 교우들 처럼 믿음의 행위(역사)와 사랑의 수고와 소망의 인내를 가지고(살전1:3)나 홀로 기뻐하는 것에 만족하지 말고, 매여있는 자들을 위해 울며 씨를 뿌리러 나가는 자의 소임을 다해야 합니다. 그때 하나님은 ‘반드시’ 기쁨으로 모두 함께 웃게 만드시고, 찬양하게 만들어 주실 것입니다.
추석은 그리움이고, 감사입니다.사랑입니다. 추석을 보내는 우리 모두에게 눈물과 사랑과 믿음이 회복되는 큰 은혜가 있기를 바라겠습니다. 오늘 밤, 휘영청 밝은 달을 보면서 마음것 믿고, 소망하고, 사랑하십시다.
The Sower Who Cries and Sows (Psalm 126:1-6)
by Pastor Eun-ick Yang
1. Longing and Gratitude
I’d like to start my talk with a beautiful poem by the poet Mi-dang Seo Jeong-joo. It’s a watercolor of a childhood scene where a family gathers on the moonlit night before Chuseok to make songpyeon.
Sitting on the floor on the moonlit night before Chuseok
When the whole family gathers to make songpyeon
When we rolled the blue green beans in it
The blue moonlight grows brighter.
The roe deer in the back mountains cried happily.
‘That moonlight will bend the flowers’
When my mother sees the moon and says a word
The owls in the bamboo giggle.
And the moon giggled out loud.
The moon god also giggled out loud.
(Seo Jeongju, When I owe a song on the moonlit night before Chuseok, My childhood times)
All things are merry and bright under the bright moonlight. The roe deer are laughing, the owls are laughing, the moon is laughing, and now Mother in Heaven is laughing too. It’s the kind of Chuseok eve I’d go back to if I could. Chuseok is nostalgia and gratitude. It’s a magical day that brings our hearts back to a time of nostalgia, when we were busy living and hurting.
It is said that Goethe said, “Only those who know longing understand my anguish”. Only those who know the pain of longing can recognize the pain of others.
When I think of my father and mother, whom I miss during the holidays, I take out a book of poems left by my father long ago and read them. This time, as I flipped through the faded book of poems, the longing and pain in my heart, the hometown I left in the war, were conveyed in tears. Let me read one of the poems titled ‘Memories’.
Crickets carry lyrics in the autumn night
When the autumn rain cries the years by the window
Childhood memories count the years in the rain.
The road of memories
Always a dark slope
Troubled memories
I take refuge on a boat.
Summer nights of countless years
A bonfire blooms in the yard of life.
In the distant night sky, the story of the stars hurts.
(Memories, Self Portrait, 1969, Yang Kye-sung)
Childhood memories are raining down on him, but he is still longing for them with pain. The autumn rain is not crying at the window, but ‘Him’ are crying. Deep longing is an ache. It is pain, but it is with that painful longing that we miss God, miss people, and live not with hate and resentment, but with generosity, forgiveness, love, and gratitude.
Chuseok is longing. It’s gratitude. It’s understanding. It’s forgiveness. May these precious feelings be the heart of all of us as we celebrate Chuseok.
2. Those who sow with weeping
Today’s reading is from Psalm 126, and it too is filled with joy, tears, and resolve. The setting of Psalm 126 is the Feast of Tabernacles. There are three major feasts in Israel. Passover in the spring, Feast of Harvest in the summer, and the Feast of Tabernacles in the fall. On the Feast of Tabernacles, you go up to the temple, and Psalm 126 was sung on that pilgrimage. If you look at the poem, verses 1 through 3 are thanksgiving and verses 4 through 6 are resolutions.
It’s overwhelming as the returnees from the Babylonian captivity go up to the temple for the Feast of Tabernacles. They didn’t think they’d ever be able to go to the temple again, but with their sudden liberation, they’re on their way to the temple, the home of their souls, the resting place of their hearts.
Verse 1 says it was like “dreaming.” Is this true, is this real, is this true, is this true, so there’s a lot of laughter, there’s a lot of singing. Verse 3: “We are glad, for the Lord has done great things for us.
But their singing doesn’t stop at joy and thanksgiving. It goes one step further. Verse 4: ‘Bring back our captives, O LORD, as the waters return to the bed of the Nile’ (unison) They begin to pray, embracing the grace they’ve received: ‘LORD, we are tasting great grace as we return home and go up to the temple. We are filled with joy and gratitude. But there are those who have not yet returned. Please let them return too.’
And then comes the words we know so well. Verse 5. He who sows in tears will reap in joy. Verse 6. ‘He who goes out to sow in tears will surely return with his harvest in joy.’
Resolve. It’s a commitment to do something for those who have yet to return. I know it’s not easy enough to shed tears. But you’re going to try to sow, and when you sow with tears, you’re going to say, “LORD, give them a day when they will reap their harvest with joy, just as the farmers reap on the day of autumn.” So who are you sowing for when you sow with tears? You’re not sowing for yourself, you’re sowing for the other, you’re sowing for your neighbors, your kinsmen, your countrymen who have not yet returned.
Many people misread verses 5 and 6. They read it as if I shed tears and sow seeds, and God responds to that sowing and makes my labor and struggle fruitful. But the direction of the text is not to me, but to you. It’s not about weeping and sowing for yourself, it’s about weeping and sowing for “you.
Their heart is precious. They are not preoccupied with their own fruitfulness and joy. So the person who is sowing seed now in weeping is not sowing seed for himself; he is sowing seed for his brothers and sisters, for his people, for his time and history.
3. Seeds to sow: faith, hope, and love.
The challenge of the psalm is great and precious. It’s asking us not to look only at our own joy and fruitfulness, not to forget that there are those who have such great joy that they say, “This is a dream, this is life,” but there are still those who weep, those who cannot sing.
Like verse 4, there are people all around us who are captive, who are bound. What are you bound to? You’re bound to resentment, you’re bound to anger, you’re bound to emotions. There are so many people who are chained to themselves, chained to their painful past, chained to their politicians, chained to one-upmanship. They don’t see God, they don’t see faith, and they are so chained that when they get together with their families on Chuseok, they burst at the drop of a hat, deepening their emotional hole. What should we do? We should sow seeds for them, which is not an easy task, even to the point of tears, but we should sow seeds in anticipation of the day when we will reap a harvest of joy.
The Lord’s words to the weeping women who followed him as he was being crucified on Golgotha Hill are found in Luke 23:28: ‘Daughters of Jerusalem, do not weep for me, but weep for you and your children.’ The Lord Himself is hurting, but He sees them weeping and tells them to weep for themselves and for their children. This is sympathy in pain. It’s a call to sow seeds of tears for yourself, for your children, as you look toward the days of trouble to come.
What seeds do you want to sow? What seeds do you need to sow? If you asked me to pick seeds, I would pick three seeds: faith, hope, and love. Faith, hope, and love are the seeds of mystery, the seeds that break free from so many bondages. I won’t go into details, but what is clear is that these precious seeds are dying right now. It’s not being sown.
Instead of faith, there is distrust and discontent, and instead of hope, there is despair and frustration.Why is there so much hate, resentment, and hatred instead of love? Is it exaggeration? Is it truth? You can’t reap a harvest of joy with distrust, despair, and resentment. You can only break free of the bindings by pulling out the tares that prevent fruitfulness. Hemingway said, “It’s a sin not to hope,” but we must not give up, we must sow the seeds of faith, hope, and love. These three minds keep us alive.
Like the Thessalonians, we should not be content to rejoice alone (1 Thess. 1:3), but we should go out to sow seeds, weeping for those who are bound, and then God will ‘surely’ make us all laugh with joy, and praise Him.
Chuseok is longing, it is gratitude, it is love. May all of us who celebrate Chuseok be blessed with tears, love, and great grace to restore our faith. Tonight, as you look at the bright moon, believe, hope, and love with all your hear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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