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 수정 8: 갈등, 화해의 삶을 깊게 소망하며(잠20:3. 고후 5:17~21)
1.
노벨 문학상의 작가 펄벅 여사(1892-1973)의 중요한 소설 둘이 있습니다. [대지]와 [살아있는 갈대](The living reed)입니다. [대지]는 중국이 배경이고, [살아있는 갈대]는 한국이 배경입니다. [살아있는 갈대]는 펄벅 여사가 ‘한국에 보내는 애정의 선물’이라는 말을 들을 정도로 한국에 대한 사랑이 깊게 배여있는 소설입니다.
소설에서 펄벅은 한국을 이렇게 표현합니다. ‘고귀한 사람들이 사는 보석같은 나라’.구한말과 식민지 시대, 한국 전쟁을 겪으면서 힘겹게 살아가는 사람들의 모습에서 펄벅은 고귀함을 본 것입니다. 계속 이렇게 되면 좋겠습니다. 그래서 다시 묻습니다. ‘우리는 지금 고귀합니까?’
오늘 보려고 하는 인생 수정의 모습이 갈등과 다툼입니다. 혹시나 우리에게 있는 갈등으로 인해 존엄과 품격, 고귀함을 잃어 버리고 사는 것은 아닌지 되짚어 보게 됩니다. 사람 사는 곳에 갈등이 없을 수 없습니다. 내가 너가 다르면 갈등은 생기겠지만 갈등을 조율하면서 진보하고, 성숙해 가는게 정상적인 삶의 모습일진대, 갈등을 조율하지 못하고, 대립과 미움으로 일관한다면 고귀함은 없을 것이고, 보석같은 나라’는 될 수 없을 것입니다.
에둘러 말하지 않겠습니다. 많은 이들이 보석 같은 나라가 갈등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고 ‘걱정하고’ 있습니다. 갈등에 대한 조사가 많은데 모든 조사가 비슷합니다. ‘갈등이 심하고, 앞으로 더 심해 질 것 같다’. 갈등이 많다는 것은 갈등하는 개인이 많다는 것입니다. 갈등하는 개인이 많으면 사회는 갈등하는 사회가 될 수 밖에 없습니다. 풀어내야 몸도 마음도, 삶도, 가정도, 사회도 좋아지는데 심하게 꼬여서 풀어내지 못하면 ‘고통스럽고’, ‘불행해’ 질 수 밖에 없습니다.
갈등이 세지고, 독해지는 이유가 있을 것입니다. 찾아 보십시오. 분명한 것은 갈등은 ‘다름’에서 생깁니다. 이해관계가 다르면 갈등하게 됩니다. 가치관이 다르면 분명히 부딪칩니다. 출신, 신앙, 성격, 인종. 다 마찬가지입니다. 갈등을 잡으려면 이 ‘다름’을 잘 풀어내야 합니다.
2.
단어 세 개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갈등을 푸는 단계로 봐도 되는 단어입니다. 오해(誤解)-이해(理解)-화해(和解)입니다. 오해는 어떤 사실과 현상에 대해 잘못 아는 것입니다. 다 알지 못하는 이상 오해는 언제든지 일어날 수 있습니다. 오해가 갈등을 만듭니다. 이 오해를 풀어줘야 합니다. 오해를 푸는 게 이해입니다. 이해는 헤아리는 마음입니다. 아! 그래서 그랬구나! 회사에서 힘든 일이 있어서 짜증 냈구나. 얼마나 힘들었으면 그랬을까?
오해, 이해, 화해할 때 해(解)는 전부 ‘풀:해’字입니다. 오해를 푸는 게 이해고, 이해를 넘어 오해할 때 가졌던 좋지 않은 감정까지 푸는 게 화해입니다. ‘이해’는 속에서 푸는 것이고, ‘화해’는 겉에서 푸는 것입니다. 말도 따뜻하게 건네고, 웃어주기도 하고, 손도 잡아주고. 간단한 도식이지만 모든 갈등에 필요한 모습입니다.
잠언의 지혜자들은 갈등을 그대로 두지 말고 풀어내라고 말합니다. 오늘 읽은 잠언 본문 에서 지혜자는 분명히 말합니다. 다툼(갈등)을 멀리하는 것이 자랑스러운 일인데도, 어리석은 사람은 누구나 쉽게 다툰다(잠20:3. 새번역). 어리석은 갈등에 눌려있지 말고 갈등을 풀어내는 자랑스러움을 가지라는 것입니다.
화해는 자랑스런 일입니다. 갈등을 풀어내는 사람은 高手입니다. 감사하게도 하나님은 高手나 할 수 있는 일을 우리에게 맡겨 주셨습니다. 화해는 나와 너 사이에 일어나는 일이기 때문에, 나와 너 사이에는 화해자가 있어야 하는데, 우리에게 ‘화해자의 직분’을 주셨습니다. ‘하나님께서는 그리스도를 내세우셔서 우리를 자기와 화해하게 하시고, 또 우리에게 화해의 직분을 맡겨 주셨습니다’(고후5:18)
교회와 그리스도인은 ‘모두’가 ‘화해자’입니다. 하나님의 화해를 전하고, 갈등의 한 복판에서 갈등을 봉합하고, 해소하기 위해 애쓰는 존재가 새로운 피조물로 살아가는 교회와 성도들의 삶이요, 소명이요, 책임입니다.
3.
화해자의 역할, 잘하면 좋겠습니다. 언제나 어디에서나 좋은 화해자가 필요합니다. 좋은 화해자의 요건은 많이 있습니다. 넉넉한 마음, 공감능력, 이해력, 친화력, 다 필요합니다. 하지만 이것만으로는 역부족입니다. 독한 갈등, 험악한 갈등을 만나면 다 사라집니다.
이런 때는 영적인 생명이 필요합니다. 영적인 생명은 예수님의 손을 잡을 때 나옵니다. 예수님의 손을 잡으면 고후5:17. 누구든지 그리스도 안에 있으면 새로운 피조물이 되고, 고후5:18. 그리스도로 인해 하나님과 화목하게 되고 고후5:20. 그리스도를 대신한 화해의 사절(ambassador, 대사)이 되기 때문에 화해 할 수 있는 자, 화해의 힘을 가진자가 될 수 있습니다.
기독교 신앙의 핵심은 예수님의 손을 잡는 것입니다. 예수님에게서 시선을 떼지 않는 것입니다. 예수님의 마음과 비슷해지고, 예수님의 인격을 닮아가는 것입니다. 사람은 손 잡는 대상을 따라 갑니다. 유물론자의 손 잡으면 영혼없는 물질주의자가 되고, 조폭 손 잡으면 조폭처럼 사는 것이고, 번영주의 신앙의 손을 잡으면 번영만 원하는 영적인 유물론자가 되는 것입니다.
예수님의 손을 잡아야 화해자 예수님 처럼 살 수 있습니다. 화해가 요즘은 흔한말이 됐지만, 화해는 구호도 아니고, 낭만도 아닙니다. 십자가고, 섬김이고, 인내고, 수고입니다. 하여, 예수님의 손을 잡은 사람은 화해를 포기하지 않습니다. 예수님의 意識과 마음으로 가득찰 때 화해에 필요한 지혜가 생기고, 존재의 변화가 일어나 화해자의 삶을 살 수 있습니다.
(1) 지혜.
화해자에게 꼭 있어야 하는 중요한 지혜가 있습니다. 겸손과 인내입니다. 갈등의 현장은 항상 거칩니다. 말을 보면 알 수 있습니다. 갈등이 심할수록 ‘막말’이 나옵니다. 나오는 대로, 걸러내지 않고, 안에서 부터 올라오는 거친 말. 할말, 못할 말 가리지 않고 나옵니다. 화해를 막는 독이 됩니다.
이때 똑같이 막말이 나오면 화해는 물건너갑니다. 화해자가 가진 지혜는 ‘물들지 않는 마음’입니다. 막말에 속상하지만 조롱과 막말을 참으셨던 주님의 낮아지심과 인내를 가지고 힘든 순간을 겪어내야 화해의 싹을 심을 수 있습니다. 갈등이 폭발하는 세상에 살다보면 ‘물들때가’ 많습니다. 지혜롭지 않은 것입니다. 갈등으로 격해지고, 막말이 넘쳐날수록 주님에게서 배우는 온유와 겸손으로 화해를 만들어내야 합니다.
(2) 변화
겸손과 인내가 있을 때 존재의 변화가 일어나게 됩니다. 겸손과 인내는 우리의 마음이 아닙니다. 주님의 마음이고, 주님이 주셔야 하는 마음입니다. 그냥 생기지 않습니다. 간절한 기도, 깊은 기도가 필요합니다. 그 기도가 이전과는 ‘다른 존재’, ‘다른 삶’을 만들어 줍니다.
성경에서 극적인 화해 사건이 야곱과 에서의 화해입니다. 도저히 화해 할 수 없었던 것 같은 두 사람이 20년간의 갈등을 끝내고 화해하게 되는데, 화해의 시작이 야곱의 기도입니다. 진퇴양난에 빠진 야곱은 생사를 건 끈질기고 간절한 기도를 얍복 나루터에서 하게 됩니다. 환도뼈에 부상을 당할 정도로 치열하게 기도하면서 축복을 받아냅니다. ‘너는 하나님을 이긴자다. 두려워하지 말라. 이제는 너를 믿지 말고 나를 믿어라’ 기도를 통해 그 사실을 알게 됩니다.
야곱은 그 마음으로 에서를 만나게 되고, 다리를 절면서 자신에게 오는 동생을 본 형 에서는 무너지게 됩니다. 야곱을 끌어안고, 입을 맞추고 둘은 함께 웁니다. 설명 할 수 없는 일이 일어난 것입니다.
창33:12에서 보면 감동적인 대사가 나옵니다. 에서가 하는 말입니다. ‘우리가 (함께) 떠나자, 내가 너와 동행하리라’. ‘동행’이라는 단어가 보이십니까? 얼마나 멋진 말입니까? 20년간 갈등 가운데 살면서 죽이고 싶어하던 동생이었는데 이제는‘동행하자’는 것입니다.
시편의 시인은 동행의 아름다움을 이렇게 노래합니다. ‘그 얼마나 아름답고 즐거운가! 형제 자매가 어울려서 함께 사는 모습’(시133:1) 가을이 깊어가는 성숙의 계절을 보내고 있습니다. 어떤 일로 갈등하고, 힘들어 하십니까? 화해는 하라, 마라 해서 할 수 있는 게 아닙니다. 그리스도의 손을 잡고, 깊게 기도할 때 일어나는 하늘의 선물입니다. 갈등을 화해로 수정시키는 능력과 지혜가 오늘 아침 우리 모두에게 생길 수 있기를 축복하고 축원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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