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성과 성탄

20151221

풍경이 풍경을 반성하지 않는 것처럼
곰팡이 곰팡을 반성하지 않는 것처럼
여름이 여름을 반성하지 않는 것처럼
속도가 속도를 반성하지 않는 것처럼
졸렬과 수치가 그들 자신을 반성하지 않는 것처럼
바람은 딴 데에서 오고
구원은 예기치 않은 순간에 오고
절망은 끝까지 그 자신을 반성하지 않는다.
(김수영, 절망, 전문)

반성하지 못하는 것들이
반성하지 않는 것이야 누가 뭐라 하겠어요.

하여
풍경도, 곰팡도, 여름도,
속도도, 졸렬과 수치도
반성하지 않는 것은 당연한 거겠지요.

반성은
사람이 하는 것,
하지 않으니 애꿎은 것들만
반성하지 않는다고 대신 야단 맞고 있는 겁니다.

끝까지 반성하지 않으면
절망이 온다는 것을 사람들은 알고 있는 걸까요?

헤롯은 학자들이 자기를 속인 것을 알고 노발대발했다. 그는 베들레헴과 그 부근에 사는 두 살 이하의 사내아이들을 모조리 죽이라고 명령했다.(마2:16, 메시지성경)

욕망의 사람 헤롯은
자신만의 세계에 갇혀
끝까지 반성하지 않았을 겁니다.

그때나 지금이나
옳음보다 원함만을 생각하는 사람은
반성 없는 절망의 삶을 향해
그치지 않고 달려갈 테니까요.

내 안에
반성 없는 헤롯은 없으면 좋겠습니다.

조용히 반성하다
예기치 않는 구원이 임하는
복된 성탄 주간 되기를 기대해 봅니다.

Comments are clos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