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틋한 바람(wish)

20151124

모세의 팔이 피곤하매 그들이 돌을 가져다가 모세의 아래에 놓아 그가 그 위에 앉게 하고 아론과 훌이 한 사람은 이쪽에서, 한 사람은 저쪽에서 모세의 손을 붙들어 올렸더니 그 손이 해가 지도록 내려오지 아니한지라(출17:12)

난처하기가 이만저만이 아닙니다.
힘들다고 든 손을 내리면
눈앞에서 쓰러지는 사람들이 보이니
내릴 수도 없고…

자신의 수고로
어려움을 극복하는 보람은 있었겠지만
올린 손이 부들부들 떨려
더는 버틸 수 없을 지경이 돼도
자신의 손만 바라보는 사람들을 보면서
포기할 수 없는 모세의 모습이 딱해 보이기도 합니다.

어쩌면
모세의 떨리는 두 손은
내리고 싶어도 내릴 수 없는
우리네 고단한 삶의 모습일지도 모르겠습니다.

힘들다
손 내리면
우리도 살 수 없으니까요.

하여,
조금만 덜 고단하기를 바라는
애틋한 마음이 있어 적어 봅니다.

아내가 제 손 잡고 잠든 날이었습니다. 고단했던가 봅니다. 곧바로 아내의 손에서 힘이 풀렸습니다. 훗날에는 함부로 사는 제가 아내보다 먼저 세상의 손 놓겠지만 힘 풀리는 손 느끼고 나니 그야말로 별세(別世)라는 게 이렇겠구나 싶었습니다. 그날 오면 아내의 손 받치고 있던 그날 밤의 저처럼 아내도 잠시 제 손 받치고 있다가 제 체온에 겨울 오기 전에 내려놓으면 좋겠습니다. 그러고는 아내 따라 잠든 제 코 고는 소리 서로 못 듣듯 세상에 남은 식구들이 조금만 고단하면 좋겠습니다.(윤병무, 고단)

별세를 생각하며
식구들이 조금만 덜 고단하기를 바라는
지아비의 따뜻한 마음이
슬프면서도 아름답습니다.

이런 애틋한 바람이
고단한 우리 마음 한구석에도
하얀 눈 소리 없이 내리듯
조용히 쌓여가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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