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울의 기도(빌1:1~3)
오늘 저는 “바울의 기도”라는 제목으로 빌립보서 말씀을 나누고자 합니다. 빌립보서는 ‘기쁨의 서신’이라 불리는데, 그 안에는 우리를 향한 하나님의 마음이 담겨 있기 때문입니다. 오늘 본문을 중심으로 빌립보 교회가 세워진 배경과 바울의 감사 기도를 살펴보며, 그 안에 담긴 주님의 마음을 함께 나누는 은혜의 시간이 되기를 바랍니다.
1. 복음의 서진(西進): ‘작은 로마’ 빌립보
빌립보는 에게해 북쪽 항구 네아폴리에서 약 10여 킬로미터 떨어진 도시로, 사도행전은 이곳을 ‘마게도냐 지방의 첫 성이요 로마의 식민지'(행 16:12)라고 소개합니다. 역사적으로 이 도시는 마게도냐의 필리포스 2세(알렉산더 대왕의 아버지)가 정복하며 자신의 이름을 따 ‘빌립보’라 명명했습니다. 이후 로마 제국의 영토가 된 빌립보는 주요 군사 도시로 성장했으며, 특히 주전 42년 로마 내전의 격전지였습니다. 옥타비아누스(훗날 아우구스투스 황제)는 내전 승리 후, 자신의 퇴역 군인들을 이곳에 정착시키고 로마 시민과 동등한 법적 권리를 부여했습니다.
이러한 배경으로 인해 빌립보는 ‘작은 로마’라 불릴 만큼 로마에 대한 충성심과 자부심이 강한 도시였습니다. 이곳에서 로마 시민권은 대단한 특권이었습니다. 사도행전 22장을 보면, 바울이 자신이 나면서부터 로마 시민권자임을 밝히자 천부장이 놀라는 장면이 나옵니다. 법적 절차 없이는 함부로 대할 수 없는 막강한 권리였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바울은 빌립보서 3장 20절에서 이 땅의 시민권과 비교할 수 없는 “하늘의 시민권”을 선포합니다. “우리의 시민권은 하늘에 있습니다. 그곳으로부터 우리는 구주로 오실 예수 그리스도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썩어 없어질 세상의 영광이 아닌, 영원한 천국의 권세가 우리에게 있음을 증언한 것입니다.
2. 성령의 인도와 교회의 탄생
이처럼 로마적 분위기가 팽배했던 빌립보에 교회는 어떻게 세워졌을까요? 그 시작은 사도행전 16장에 기록된 바울의 2차 선교 여행이었습니다. 바나바와 헤어진 후 실라와 함께 길을 나선 바울은 본래 아시아에서 복음 전하기를 원했으나 성령께서 계속해서 길을 막으셨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밤, 바울은 환상 중에 한 마게도냐 사람이 “건너와서 우리를 도우라”고 청하는 것을 보게 됩니다. 그는 이것을 유럽으로 자신들을 부르시는 하나님의 뜻으로 확신하고 즉시 마게도냐로 떠납니다.
유럽의 첫 관문인 빌립보에 도착한 바울은 유대인 회당을 찾는 대신, 강가에서 기도처를 찾다가 자주 옷감 장수 루디아를 비롯한 여인들을 만납니다. 하나님께서 루디아의 마음을 여시자, 그는 바울이 전하는 복음을 받아들이고 온 가족과 함께 세례를 받습니다. 그는 유럽 최초의 세례 교인이 되었고, 자신의 집을 예배 처소로 내어주며 빌립보 교회의 초석을 놓았습니다.
이후 바울 일행은 점치는 귀신 들린 여종을 고쳐주게 되는데, 이로 인해 수입원을 잃게 된 주인의 고발로 매를 맞고 깊은 감옥에 갇힙니다. 손과 발이 차꼬에 채인 절망적인 상황 속에서도 바울과 실라는 원망 대신 하나님을 찬양하며 기도했습니다. 바로 그때 큰 지진이 일어나 옥문이 열리고 모든 사람의 매인 것이 벗겨지는 기적이 일어났습니다. 죄수들이 도망친 줄 알고 자결하려던 간수는 이 광경을 보고 바울 앞에 엎드려 “내가 어떻게 하여야 구원을 받으리이까”라고 물었고, 바울은 “주 예수를 믿으라 그리하면 너와 네 집이 구원을 얻으리라”(행 16:31)는 위대한 선포를 합니다. 이 말씀을 믿은 간수와 그의 온 가족이 세례를 받음으로, 빌립보 교회는 루디아와 간수의 가정을 중심으로 든든히 세워져 갔습니다.
3. 감사와 기쁨의 동역 관계
빌립보서는 바울이 로마 감옥에 갇혔을 때 쓴 옥중서신입니다. 다른 서신서들, 예를 들어 갈라디아서나 고린도전서에서 이단 사상이나 교회 내 분열을 책망했던 것과 달리, 빌립보서에는 빌립보 교회를 향한 바울의 각별한 애정과 감사가 가득합니다. 빌립보 교회는 바울의 복음 사역 초창기부터 유일하게 그의 사역을 재정적으로 후원했던 교회였습니다(빌 4:15-16). 그들은 바울이 로마 감옥에 갇혔을 때에도 에바브로디도를 통해 위문품과 헌금을 보내며 그의 곁을 지켰습니다.
이러한 헌신적인 사랑에 바울은 빌립보 교인들을 향해 “너희가 내 마음에 있음이며”(빌 1:7), “그리스도 예수의 심장으로 너희 무리를 얼마나 사모하는지 하나님이 내 증인이시니라”(빌 1:8)고 고백합니다. 심지어 그들의 헌신을 “하나님께서 기쁘시게 받으신 향기로운 제물”(빌 4:18)이라고 극찬합니다. 이처럼 바울과 빌립보 교회는 목회자와 성도의 관계를 넘어, 복음 안에서 서로에게 가장 큰 힘과 위로가 되어주는 끈끈한 동역자였습니다.
그렇기에 바울은 본문 3절에서 “나는 여러분을 생각할 때마다 나의 하나님께 감사를 드립니다”라고 고백합니다. 그의 기도는 언제나 감사로 시작되었습니다.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 희생으로 세워진 교회 공동체 안에서, 우리 또한 바울과 빌립보 교회처럼 서로를 생각할 때마다 감사가 넘치기를 소망합니다. 서로를 축복하고, 격려하며, “고맙다”고 말할 때, 그 축복은 반드시 우리에게 되돌아옵니다. 어렵고 힘든 시기일수록 우리 들풀교회가 서로에게 아름다운 향기가 되어주며, 주님의 기쁨이 되는 건강한 공동체로 부흥하기를 주님의 이름으로 축원합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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