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하게 눈 뜬 사람들(살전1:1~10)

김창범 시인의 시 한편 보고 시작하겠습니다.

감았던 눈을 뜬다
아무도 찾지 않던 곳에
내가 서 있다

이 얼마나 벅찬 감격인가
아무도 걷지 않던 곳에
내가 서 있다.

여기에는 보석이나 금괴 따위는 없다
있는 것은 언어와 피와
누군가의 고통 그리고 무덤과
아우성의 숲들이 있는 곳

그 모든 것들은 어둠에서 죽음에서
화등잔같이 눈뜨게 하고
번쩍 가슴을 열어제치는 힘을
가지고 있다

감았던 눈을 뜬다
그리고 노래를 부른다(김창범, 눈을 뜬다, 부분)

눈을 뜬 자가 누구인지는 모르겠습니다.아무도 찾지 않고, 누구도 걷지 않던 곳에 서 있는 자신을 발견하고 벅차하고 있습니다. 벅차하는 이유가 더 벅찹니다. 보석과 금괴 때문에 벅차하는 게 아니고 언어와 피와 고통과 무덤과 아우성이 있는 힘든 삶의 현실에서 눈을 떠 발견한 것 때문에 벅차게 감격한다. 노래하고 있습니다. 발견한게 뭐길래 피와 고통이 가득한 죽음의 현장에서 못본척 눈 감지 않고, 활짝 뜨고 있습니까?

여러분은 힘든 것 보면 어떻게 하십니까? 눈 뜨십니까? 아니면 못본척 질끈 눈감고 넘어가십니까? 모르긴해도 눈감고 넘어갈 때가 상당할 것 같은데 눈을 뜬 이 사람은 힘든 현실을 마주하고, 거기서 가슴 열어 제치는 힘까지 얻었다고 고백합니다. 눈 감기 잘하는 우리네 입장에서는 눈여겨 볼만한 ‘눈뜨임’이라는 것은 분명해 보입니다.

1.눈 뜬 사람들
오늘 함께 읽은 성경 본문은 데살로니가 전서입니다. 데살로니가전서는 사도 바울이 데살로니가 교우들에게 보낸 편지입니다. 데살로니가는 바울이 복음을 전하다 쫓겨난 악연이 있는 도시입니다. 하지만 그런 곳에서도 자신의 메시지를 잠깐 듣고 신앙의 삶을 올곧게 살고 있는 교우들의 소식을 듣고 격려차, 분발차 쓰게 된 편지가 데살로니가 전후서입니다.

오늘 본문에도 앞에 시에서 본 것 같은 어둡고 힘든 곳에서, 힘들다 모른척하지 않고 활짝 눈을 뜬 사람들이 나옵니다. 데살로니가는 당시의 큰 도시답게 그 지역에서 힘을 가진 유대인들이 자신들이 죽인 예수의 복음을 허용하지 않고 조직적으로 반대하고, 박해합니다.

그런데도 들려오는 소식은 놀라움 자체였습니다. 충분히 해를 입을 수 있는 상황인데도 인근에 소문이 퍼집니다. ‘데살로니가 교회 사람들은 모든 믿는 사람들의 본이 될 정도로 대단하다(7절).환난 가운데서도 성령의 기쁨으로 말씀을 받아 주님을 본받고 있다(6절)’하여 바울이 말합니다. 2:20. ‘당신들은 우리의 영광이요, 기쁨이다’

십중팔구 무시 당하고, 요즘말로 하면 사람들로부터 짜증을 유발하는 사람이 됐을텐데도 아우성 치는 죽음의 한 복판이지만 위험하다 눈감지 않고 가슴 활짝 열고 들은 복음을 진리로, 진실로 받아들였던 것입니다.

2.믿음, 사랑, 소망
바울이 이들에게 주목했던 단어 3개가 3절에 나옵니다. 바울 신앙의 핵심이었고, 바울이 가장 귀하게 여기는 세 단어, 믿음, 사랑, 소망. 가지기 쉽지 않는 모습을 이 사람들에게서 보게됩니다. 보니까, 믿음이 보이고, 사랑이 보이고, 소망이 보입니다.

이전에도 없지는 않았겠지요. 그리스 문화에 신이 좀 많았습니까? 그 중에 하나를 믿었을 겁니다. 가까운 이들도 사랑했을 겁니다. 각자가 염원하는 희망도 가졌을 것입니다. 하지만 바울이 전하는 복음을 듣고 자신들이 가졌던 것과 완전히 결이 다른 세계를 ‘쿵’하고 접하게 됩니다.

‘너희는 죄인이다. 그 죄를 위해 예수께서 죽으셨고, 부활하셨다. 지금은 성령으로 오셔서 함께 하신다. 죄와 죽음은 패배했다’. 자신들의 인간적인 필요를 채워주는 사탕 발림의 언사가 아니라 모든 사람들이 처한 문제를 가차 없이 도전하는 메세지를 들으면서 그동안 자신들이 가졌던 삶의 태도, 삶의 방향, 삶의 전제를 바꾸게 됩니다.

종교성으로는 씻을 수 없는 죄와 죄의 깊이를 보게 됩니다. 구원자의 구원이 필요한 존재임을 실감합니다. 신에 대한 인식이 바뀝니다. 내가 믿어 주는 신도 아니고, 수 많은 신 중에 하나를 믿는게 아니라 ‘태초에 천지를 창조하신 본래의 하나님’, 그 하나님이 자신을 사랑하는 자녀로 받아 주셨다고 하는 사실에 감격합니다. 믿음이 바뀌고, 사랑이 바뀌고 소망이 바뀝니다.

이 사람들의 신앙이 말만의 신앙이 아니라 진실한 신앙이라는 증거가 3절에 나옵니다. 믿음을 가졌을 뿐만 아니라 그 믿음이 역사합니다. 일(Work)을 하고, 움직입니다. 사랑을 말로만 하지 않고 사랑을 위해 기꺼이 수고합니다. 흔들릴만한 박해가 수시로 일어나는 상황이지만 견고하고, 흔들리지 않는 소망을 가지고 살아갑니다.

믿음의 역사, 사랑의 수고, 소망의 인내는 바울을 기쁘게 했던 그들의 변화된 모습입니다. 그 모습을 보면서 바울은 확신합니다. 4절, 당신들은 하나님의 사랑을 받은 사람들이고, 하나님이 택하신 사람들입니다.

경험해 본 사람들은 압니다. 믿음이 내 안에 살아 있을때 얼마나 든든하고, 단단해 집니까?
사랑의 수고처럼 보람되고, 기쁜게 어디있습니까? 조변석개, 줏대없이 흔들리는 세상에서 초지일관, 흔들리지 않는 견고한 소망을 품고 사는 것은 아무나 가질 수 있는 덕목은 아닙니다.

3.눈 뜬 사람들 되라.
오늘은 교회를 섬기는 분들을 세우는 뜻 깊은 주일입니다. 임직자들과 참석한 모든 이들이 데살로니가 교우들 처럼 주님의 복음에 눈 활짝 열어 믿음의 역사, 사랑의 수고, 소망의 인내로 가득차게 되기를 바라겠습니다.

세상이 사나워지고 있지 않습니까? 믿음보다 의심과 불신이 가득하지 않습니까? 가슴을 설레게 하는 사랑대신 미움과 증오가 우리를 아프게 하고 있지 않습니까? 희망 대신 절망의 탄식이 넘쳐나고 있지 않습니까?

어떻게 해야 합니까? 할 수 없지 그러고 마시겠습니까? 박노해 시인의 ‘희망의 말’이라는 시로 답을 드리겠습니다.

우리 시대에
가장 암울한 말이 있다면
“남하는 대로”
“나 하나쯤이야”
“세상이 그런데”

우리 시대에
남은 희망의 말이 있다면
“나 하나 만이라도”
“내가 있음으로”
“내가 먼저”.

하나의 교회, 한명의 직분자, 한 명의 신자라도 나 하나쯤이야 하지 않고 나 하나만이라도 믿음을 품고 믿음의 역사를 이루어가고, 사랑을 품고 사랑을 위해 수고하고, 소망을 품고 소망을 나눌 때 하나님의 뜻은 이 땅 가운데 이루어 질 것입니다.

교회의 직분은 나를 위한 직분이 아니라, 하나님의 영광과 이웃 교우들과 세상을 위한 직분이라는 것을 잊지 마십시다. 하나님의 복음에 환하고 밝게 눈 뜬 자로 교회를 섬기고, 가정을 섬기고, 세상을 섬기는 임직자들과 우리 모두가 되기를 바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