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11.21. 주일 설교: 기뻐하고, 기도하고, 감사하라(살전5:16~18). 양은익 목사. 추수감사절

 

기뻐하고, 기도하고, 감사하라(살전5:16~18)

1.
감사절 주일 아침입니다. 감사를 생각하고, 감사를 반성해서, 다시 새롭게 감사하는 시간이 되기를 바랍니다. 우리를 향한 하나님의 마음은 분명합니다. 기뻐하고, 기도하고, 감사하는 것입니다. 삶이 쉽지 않기에 이런 마음을 품으셨을 것입니다.

라이너 마리아 릴케의 글 입니다. ‘당신을 위로하는 사람이라고 해서 그 위로하는 좋은 말들처럼 평탄한 인생을 살고 있다고 생각하지 마라. 그의 인생 역시 어려움과 슬픔으로 가득 차 있을 것이다 그렇지 않다면 그 좋은 말들을 찾아낼 수 조차 없었을 것이다’

위로를 말하고, 감사를 말하는 사람이 힘든 삶을 살았기에 위로와 감사를 말한다는 것입니다. 기뻐하고, 기도하고, 감사하라. 이 말도 누구보다도 힘든 삶을 살았던 바울이 똑같이 힘든 삶을 살고 있는 데살로니가 교우들에게 하는 말이고, 해줬던 말이고,사랑이고, 기도입니다.

이 말들 앞에 붙은 ‘언제나, 끊임없이, 모든’ 같은 부사로 인해 부담스럽지만 바울이 불편하라고 붙인 것은 아닐 것입니다. 고단한 삶 살다 ‘항상 우울하고, 끊임없이 불안하고, 매사에 원망’ 할 수 있기에 그런 상황에 무너지지 말고 ‘항상 기뻐하고, 끊임없이 기도하고, 매사에 감사하면서’ 이겨 나가기를 바랬던 바울의 마음, 아니었겠습니까?

바울의 편지를 받는 데살로니가 교우들은 신앙을 가진지 얼마 되지 않은 사람들입니다. 그런 이들의 상황이 안 좋았습니다. 신앙으로 인해 어려운 일을 겪게 되고, 궁핍과 환난이 그들 가운에 있게 됩니다. 그들을 복음으로 이끌었던 바울로서는 걱정이 됩니다. 다행히 데살로니가 교우들이 믿음의 역사, 사랑의 수고, 소망의 인내를 가지고 신앙생활을 잘하고 있다는 소식을 듣게 되고, 그런 그들에게 하는 부탁이 오늘 본문입니다. 힘든 상황이지만 ‘그럼에도’ 여러분들 ‘기뻐하고, 기도하고, 감사하면서’ 이겨 나가십시오. 항상, 끊임없이, 모든 일에 그렇게 하십시오. 하나님이 원하십니다’.

그들도 받고, 우리도 받아야 할 말씀입니다. 받으면 모든 상황 중에 함께 하시는 하나님, 하나님을 사랑하는 자 곧 그의 뜻대로 부르심을 입은 자들에게 합력하여 선을 이루시는(롬8:28) 하나님께서 우리의 우울과 불안과 불만과 원망을 털고 일어나게 하실 것입니다. 기쁨과 기도와 감사는 그리스도인들이 누리는 삶의 비밀이고, 행복의 비결입니다.

2.
이 셋 중에서 감사를 생각해 보면 감사가 어디서 만들어지는지 분명하게 보입니다. 감사는 저절로 생기지 않고 기쁨과 기도를 통해서 만들어집니다. 물론 감사는 기도 없이도 할 수 있습니다. 하는 일 잘되면 저절로 감사합니다. 하지만 오래가지 못합니다. 순식간에 감사가 사라집니다. 감사가 깊어지고, 오래가려면 성도들은 기쁨과 기도를 꼭 거쳐야 됩니다. 그때 감사가 오래가고, 삶의 한 축이 되서 감사의 삶을 살 수 있습니다. 감사에도 단계가 있습니다. 모든 단계가 다 감사지만 단계가 깊어질수록, 더 깊은 감사를 할 수 있게 됩니다.

(1) 당연한 것에 감사.
감사의 첫 단계는 당연한 감사입니다. 당연한 것은 당연하기에 감사를 놓칠수 있습니다. 부모니까 당연하고, 자식이니까 당연하고, 도움을 받으면 도와줄만하니까 도와줘서 당연하고, 하나님이시니까 당연하고. 당연한게 맞을 수 있지만, 그 당연함 때문에 감사가 사라지면 그건 잘못하는 것입니다. 감사는 당연한 것부터 해야 합니다.

어떤 것도 당연한 것은 없습니다.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것 속에 수고가 있고, 사랑이 있고, 희생이 있습니다. 당연하게 여겨 고마움없이 받고 있는게 없나, 꼼꼼히 살펴보시기 바랍니다. 당연함만 있게되면 고마움 대신 불평과 불만이 그 자리를 채웁니다. 당연함이 만들어 내는 독입니다. 당연함 속에 숨어있는 수고, 사랑, 인내를 볼 수 있어야 합니다. 감사를 특별한 것에서만 찾으려는 습관을 버리고 당연한 것에서 먼저 감사를 찾아야 합니다. 이 당연함 속에 가장 많은 감사가 들어 있습니다. 당연한 것이 ‘감사한 것’으로 보이는 ‘혜안’(慧眼)이 있기를 바라겠습니다.

(2) 생각에서 오는 감사.
두번째 감사의 단계는 생각을 통해 나오는 감사입니다. 당연한 감사는 주로 눈 앞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알아보는 데서 나오는 감사라면, 생각을 통해 나오는 지각된 감사는 눈에 보이지 않는 사고의 영역에서 일어나는 더 깊은 감사라고 할 수 있습니다.

독일어에서 생각은 Denken이고, 감사는 Danken입니다. 영어로는 think와 thank입니다. 영어든 독어든 다 한 자 차이입니다. 하이데거가 이 단어를 보고 ‘생각이 감사’라는 말을 하게 됩니다. ‘생각이 감사다’. 생각하고 생각할 때 보이지 않던 감사가 보여 감사할 수 있게 된다는 것입니다. 생각이 없으면 감사는 물 건너 갑니다.

고전 15:10에서 바울이 이런 고백을 합니다. ‘내가 모든 사도보다 더 많이 수고하였으나 내가 한 것이 아니요 오직 나와 함께 하신 하나님의 은혜로다’. 바울의 수고가 얼마나 힘들고, 고통스러운 고생이었습니까? 그런데도 바울은 그 고생을 ‘은혜’라고 말하면서 ‘감사하고’ 있습니다. 현실은 고생인데, 생각이 감사를 만들어 내고 있습니다. 생각은 감사를 만들어 내는 寶庫, 보물창고입니다.보잘 것 없는 들풀도 자세히 보고, 오래보면 예쁘고 사랑스러운 것 처럼, 좋은 마음을 가지고 일어나는 힘든 일들을 깊게 바라보고, 생각하면 거기서 감사가 보여, 감사할 수 있게 되는 것입니다. 헤아려서 보면 감사는 어디에나 있습니다. 이 감사를 찾게되면 일어나는 일에 일희일비하지 않는 묵직하고, 진중한 삶을 살 수 있습니다.

렘29:11 말씀 기억해 두십시오. ‘너희를 향한 나의 생각을 내가 아나니 평안이요 재앙이 아니니라 너희에게 미래와 희망을 주는 것이니라’ 하나님의 생각은 밝음이고 희망이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우리가 가져야 할 ‘생각의 원형’입니다. ‘나쁜 생각’, ‘불안한 생각’이 우리 생각의 출발이 되게 하면 안됩니다. 그런 생각은 접고, 하나님께서 주시는 ‘밝은 생각’으로 출발해야 합니다. 감사가 살아나게 될 것입니다.

(3) 그냥 감사.
감사의 세 번째 단계는 ‘그냥 감사’입니다. 당연한 것에 감사하고, 생각으로 감사하면서 감사가 깊어지면 ‘그냥 감사’하는 수준까지 가게 됩니다. ‘그냥 감사’라는 말이 터무니 없이 들릴 수 있겠지만, ‘그냥 감사’는 감사의 정점이라고 할 수 있는 귀한 감사입니다. 이유 없이, 조건 없이 ‘그냥 감사’하겠다는 건데 누가 이 감사를 말릴 수 있겠습니까?

‘그냥 감사’가 되면 조건과 감사에 매여서 꼼짝 못하는 감사의 고질병에서 비로서 벗어날 수 있게 됩니다. 개인적으로 꼭 가지고 싶은 감사입니다. 조건에 매이지 않고 감사하면 얼마나 좋겠습니까? ‘그냥’ 다 감사합니다. 당연한 것도 감사하고, 생각해 보니 감사하고. 하나님이 함께 하시니 감사하고, 그 하나님이 선하시기에 감사하고. 매순간이 감사하고. 함께 있는 사람들이 감사하고. 뭘 해서 감사한게 아니고 존재 자체가 감사하고, 고마운 것입니다.

감사의 힘과 아름다움은 ‘그냥 감사’에서 나옵니다. ‘그냥 감사’가 최고의 감사입니다. ‘그냥 감사’ 아니면 ‘그냥 불만’. 결국 둘 중 하나로 갈텐데, 어디로 가고 싶으십니까? ‘그냥 감사’. 이쪽으로 가시기 바랍니다. 넉넉하고, 너그럽고, 이해심 많고, 사랑 많은 삶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항상 기뻐하라. 쉬지 말고 기도하라. 범사에 감사하라. 이것이 그리스도 예수 안에서 너희를 향하신 하나님의 뜻이니라’ 기뻐하고, 기도하고, 감사하고. 감사절 아침에 품는 여러분의 속깊은 다짐이 되기를 바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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