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7.18. 주일 설교: 당신은 혼자가 아닙니다(잠3:5~6). 양은익 목사

 

당신은 혼자가 아닙니다(잠3:5-6)

1.
이사야서 42:3절에 이사야 선지자가 묘사하는 인생에 대한 비유가 있습니다. 상한갈대와 꺼져가는 등불. 선지자가 바라 본 삶의 모습입니다. 깊은 울림을 주는 비유입니다. 비유가 마음에 들지 않는 분들도 있겠지만, 대다수의 사람들에게는 무시하기 힘든 삶의 현실입니다.

재난의 시대를 살아가면서 상한 갈대와 꺼져가는 등불 같은 불안하고 아슬아슬한 순간을 지내고 있습니다. 살만한 사람도 불안하고, 힘든 이들은 더 불안해하면서 흔들리고 있습니다. 어떻게 해야하겠습니까? 어릴적 장말철이 오면 어머니께서 꽃밭에 있는 꽃들 쓰러지지 말라고 버팀목을 세워주는 것을 본 기억이 납니다. 이처럼 우리도 버텨내는 수 밖에 없습니다. 뿌리 깊은 나무가 중심 잡고 견뎌내는 것처럼 무너지지 않겠다는 ‘견고’한 마음으로 헤쳐 나가야 합니다.

[상한 영혼을 위하여]라는 고정희 시인의 힘있는 시 한 대목 보겠습니다. “상한 갈대라도 하늘 아래선, 한 계절 넉넉히 흔들리거니, 뿌리 깊으면야 밑둥 잘리어도 새 순은 돋거니, 충분히 흔들리자 상한 영혼이여, 충분히 흔들리며 고통에게로 가자. .. 영원한 눈물이란 없느니라. 영원한 비탄이란 없느니라. 캄캄한 밤이라도 하늘 아래선, 마주 잡을 손 하나 오고 있거니”(상한 영혼을 위하여, 부분)

견고함이 느껴지십니까? 흔들리지만 넘어지지 않겠다는 것입니다. 흔들려도 넉넉히 흔들리겠답니다. 조급하지 않습니다. 영원한 비탄도, 영원한 눈물도 없다, 더 놀라운 것은 아무리 캄캄해도 마주 잡을 손 하나 오고 있으니 그 손을 잡겠다는 것입니다. 잡을 손이 누구 손입니까? 시인은 신학 공부를 한 사람답게 상한 갈대를 꺾지 않고 꺼진 등불도 끄지 않는(사42:3) 하나님의 다가 오심을 말하고 있는 것으로 보여집니다.

시인이 하고 싶은 말은 분명합니다. ‘흔들려도 견고하라’ ‘흔들려도 하나님을 신뢰하라’. 흔들릴수록 필요한 것은 ‘견고함’입니다. 위기는 언제든지 올 수 있습니다. 견고하게 서서 견뎌내야 가족도, 자녀도 지켜 줄 수 있습니다. 하나님이 견고함을 주실 수 있습니다.

2.
오늘 말씀 제목은 줄여서 쓴 것입니다. 원래대로 하면 ‘당신은 혼자가 아닙니다’ 앞에 최고의 지혜를 붙여야 합니다. “최고의 지혜, 당신은 혼자가 아닙니다. 하나님이 함께 하십니다. 하나님을 신뢰하십시오”.

여러분들에게 최고의 지혜는 무엇입니까? 필요한 지혜가 많겠지만, 그리스도인들이 가져야 하는 최고의 지혜는 이것입니다. 하나님을 신뢰하는 것. 나는 혼자가 아니라는 것을 알아, 이 마음으로 살아내는 것 아니겠습니까? 어떤 지혜보다도 소중하고, 실용적인 최고의 지혜입니다.

6절 이하에 나오는 표현을 붙이면 더 실감납니다. 최고의 지혜는 하나님을 신뢰하고, 6절, 하나님을 인정하고, 7절, 하나님을 경외하고, 9절. 하나님을 공경하고, 11절. 하나님의 꾸지람을 기꺼이 받는 것. 최고의 지혜입니다.

‘하나님을 신뢰하기 전 까지는 하나님이 존재한다 말할 수 없다’는 말이 있습니다. 하나님의 계심은 내가 하나님을 신뢰할 때 증명되는 것이지 안다고 말하는 것으로는 부족하다는 것입니다. 하여, 우리 믿음의 정수는 하나님을 신뢰하는 데 있습니다. 어떤 순간에도 하나님의 사랑하심과 하나님의 인도하심을 신뢰하는 삶, 이게 믿음이고, 신앙의 삶입니다. 이 신뢰가 우리에게 있는 절망, 냉소, 두려움에 치명타를 가합니다. 꺼져가는 등불 같은 순간이 많은 우리들에게 신뢰는 절박하게, 절실하게 필요합니다. 하나님을 믿는 것에서 한 걸음 더 나가야 합니다. 하나님을 신뢰해야 합니다.

하나님은 우리가 신뢰할 때 기뻐하십니다. 신뢰는 우리편에서 하나님께 드릴 수 있는 최고의 선물입니다. 부모들이 아이들의 신뢰를 보면서 기뻐하는 것처럼 하나님도 우리의 신뢰하는 모습을 보면 기뻐하고, 기뻐하십니다.

테레사 수녀의 유명한 일화가 있습니다. 미국의 저명한 윤리학자가 켈커타에 있는 ‘죽어가는 자들의 집’( The house of the dying)에서 고대하던 테레사 수녀를 만나게 됩니다. 대화 하던 중에 오랫동안 마음에 품고 있었던 기도 제목을 내 놓게 됩니다. ‘제가 확실한 답을 찾도록 기도해 주십시오’. 하지만 테레사 수녀는 교수의 기도 제목을 받지 않습니다. ‘그렇게 하지 않겠습니다’. 놀라서 묻는 교수에게 말합니다.

‘확실한 답은 붙드는 게 아니라 놓는 것입니다. 확실한 답은 내게 있어 본 적이 없습니다. 내게 늘 있는 것은 신뢰입니다. 그러니 당신도 하나님을 신뢰하도록 기도해 드리겠습니다. 당신도 신뢰를 위해 기도하십시오’.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하는 대화입니다. 우리도 얼마나 많은 답을 찾고 있습니까? 어떤 때는 답을 정해놓고 답대로 해 달라고 요구합니다. 그럴 수 있습니다. 하지만 답을 찾아도 답을 주신 이를 신뢰하지 못하면 그 답이 온전한 답이 될 수있겠습니까? 답만 찾다가는 하나님에 대한 믿음과 신뢰를 오히려 잃어 버릴 수 있습니다.

답 보다 먼저 오고, 답 보다 중요한 것은 신뢰입니다. 그러면 답이 다르고, 답이 늦어져도 흔들리지 않고 견고하게 가야 할 길을 갈 수 있습니다. 신뢰를 먼저 하십시오. 그러면 답도 따라옵니다.

3.
신뢰는 역설적이지만 위기와 시련을 통해 얻어집니다. 아브라함이 신뢰를 어디서 배웁니까? 아들 이삭을 바치라고 하는 가장 고통스런 현장에서 신뢰를 배웁니다. 다윗은 어디서 신뢰를 배웁니까? 시시각각 조여오는 추격자들과 암살자들의 소리를 들으면서 신뢰를 배웁니다.

다윗의 고백 들어 보시기 바랍니다. ① 두려움이 온통 나를 휩싸는 날에도, 나는 오히려 주님을 의지(신뢰)합니다. 내가 하나님만 의지하니, 나에게는 두려움이 없습니다. 육체를 가진 사람이 나에게 감히 어찌하겠습니까?(시56:3~4. 새번역). ② 너는 주님을 기다려라(신뢰하라). 강하고 담대하게 주님을 기다려라(신뢰하라)(시27:14. 새번역)

③ 시52:8입니다. 자신의 은신처가 발각된 것을 알고 지은 시편입니다. ‘그러나 나는 하나님의 집에서 자라는 푸른 잎이 무성한 올리브 나무처럼, 언제나 하나님의 한결같은 사랑만을 의지(신뢰)하련다’ 보이십니까? 위기의 순간에도 하나님의 사랑이 자신에게 있음을 신뢰하면서 활짝 피어있는 마음이!!.

15세기 신학자 안겔루스 질레지우스(Angelus Silesius)가 남긴 멋진 말이 있습니다. ‘하나님이 내 생각을 그만 하신다면 그분의 존재도 멎는다’ 어떤 묵상을 하면 이런 말이 나오는지 모르겠습니다. 하나님이 존재하시는 한 언제나 나를 주목하시고, 생각하시고, 사랑하신다는 것입니다. 이 놀라운 은혜와 대단한 신비를 받는 자들에게 축복이 있을 것이고, 하나님을 향한 깊은 신뢰가 생길 것입니다.

4.
아쉬운 일이지만, 에덴의 동산에서 아담과 하와는 신뢰에서 실패를 합니다. 선악과를 따먹지 말라는 하나님의 요청 속에 하나님을 신뢰하라는 뜻이 담겨져 있었는데, 이 뜻을 읽어내지 못하고 무너집니다. 신뢰에 실패한 그들을 기다리고 있었던 것은 불안과 두려움, 수치, 갈망 같은 부정적인 경험이었고, 하나님 아닌 다른 것을 신뢰할 수 밖에 없는 삶을 살게 됩니다. 이것이 신뢰에 실패한 삶의 현실입니다.

지금도 변한건 별로 없습니다. 사람들은 여전히 하나님을 신뢰하는 것에 대해, 하나님을 인정하는 것에 대해, 하나님을 경외하고, 공경하며, 그분의 꾸지람에 대해 거부하고, 거절합니다. 참으로 많은 사람들이 하나님을 거부하고 신뢰하지 않고 있습니다. 하나님을 믿는다고 하는 우리들에게 여전히 있습니다. 우리는 신뢰의 실패를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이지 않아야 합니다.

헬렌 켈러의 말입니다. ‘세상은 고난으로 가득하지만, 고난의 극복으로도 가득하다.Although the world is full of suffering, it is also full of the overcoming of it’. 그렇습니다. 세상은 고난이 많지만, 고난의 극복도 많습니다. 고난만 보지 말고 마음 활짝 열어 극복한 고난, 극복 해야 하는 고난도 보시기 바랍니다. 지금은 고난보다 극복한 고난을 바라봐야 할 때입니다.

재난의 때에, 우리가 할 일을 지혜자가 말해 주었습니다. ‘너는 마음을 다하여 여호와를 신뢰하고, 네 명철을 의지하지 말라. 너는 범사에 그를 인정하라 그리하면 네 길을 지도하시리라’ 아멘.

우리는 혼자가 아닙니다. 하나님이 함께 하십니다. 하나님 잘 신뢰하셔서 흔들림 가운데서 견고한 삶, 만드시고 누리시는 여러분들의 인생이 되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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