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7.11. 주일 설교: 더 기꺼이 마음에 새기기를(잠3:1~10). 양은익 목사.

 

더 기꺼이 마음에 새기기를(잠3:1~10)

1.
지혜자는 3장에서도 아비의 마음을 가지고 지혜에 대한 말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날 것 그대로 아비의 마음을 헤아리면서 한번 더 들어 보시기 바랍니다.

1절입니다. 내 아들아 나의 법을 잊어버리지 말고, 네 마음으로 나의 명령을 지키라. 3절. 인자와 진리가 네게서 떠나지 말게하고, 그것을 네 목에 매며 네 마음판에 새기라. 5절. 너는 마음을 다하여 여호와를 신뢰하고 네 명철을 의지하지 말라. 잘난체 하지 말고, 지혜를 따르라는 것입니다. 7절. 스스로 지혜롭게 여기지 말지어다.

정리하면 지혜를 잊어 버리지 말고, 마음 깊은 곳에 새겨 꼭 기억하고 살아가라고 하는 것입니다. 지혜자는 실용적이고, 구체적인 지혜를 말하기 전에 지혜를 대하는 마음 자세에 대해서 강조하고 있는 아비의 마음을 계속 보여주고 있습니다. 지혜가 소중한지 모르면 지혜의 삶을 살 수 없기에 반복해서 말해 주고 있는 것입니다. 그래서 하는 말입니다. 1장, 잘 듣고, 2장, 부지런히 찾아, 3장, 기꺼이 마음에 새겨 기억하고 있으라는 것입니다. 그러면 유익이 오고, 좋다는 것입니다.

오늘 본문에도 여러 유익이 나옵니다. 2절, 평강. 4절, 인정받음. 6. 인도하심. 8절. 옹골찬 삶 10절. 풍성함. 뒤에 보면 지혜자의 구체적인 삶의 지혜가 쏟아져 나옵니다.‘여호와를 신뢰하라. 선을 베풀라. 부러워하지 말라. 좌우로 치우치지 말라. 여자 조심해라. 유혹에 넘어가지 말라. 아내 사랑하라. 부지런해라’등..이런 지혜들이 들려질 때, 기억되고 지켜지면 큰 유익이 있으니 잊지 말고 기억하라고 하는 것입니다.

2.
관건은 잘 기억하는 것입니다. 여러분의 기억은 요즘 어떠십니까? 기억하는 것이 않으십니까? 잊어버리는 게 많으십니까? 가장 좋은 것은 기억할 것은 기억하고, 잊을 것은 잊는 것입니다. 지혜자가 잊지 말라고 하는 것은 기억해야 할 것을 잊지 말라고 하는 것이지, 잊어도 되는 것을 기억하라는 말은 아닙니다. 잊어야 할 것은 잊는게 축복입니다. 잊어야 새롭게, 깔끔하게 출발 할 수 있습니다. 섭섭함도 잊고, 상처도 잊고.

잊을 걸 잊게 되면 기억할 수 있는 용량이 훨씬 더 커집니다. 사람의 기억 용량은 무한대가 아닙니다. 수 많은 정보가 들어오지만, 남는 기억은 얼마 되지 않습니다. 이왕이면 좋은 기억이 남아야지, 힘든 기억이 남으면 좋을게 없습니다. 힘든 기억이 남으면 힘든 삶이 되고, 결국은 힘든 사람이 되는 겁니다. 기억이 중요한 이유입니다. 기억은 단순히 어떤 것을 기억해 내는 개인의 능력 정도가 아니라, 자기 자신, 나 자신입니다.

기억이 없으면 나는 존재 할 수 없습니다. 존재해도 기억이 없다면 존엄할 수가 없습니다. 기억이 없어서 알아보지 못하게 되면 관계는 이루어지지 못하고, 인간됨이 파괴될 수 밖에 없습니다. 치매가 힘든 이유입니다. 나도 내가 누구인지 모르고, 너도 누구인지 모르게 됩니다. 사랑하는 아내, 남편, 자식의 관계가 무너지게 됩니다. 기억은 사람을 사람답게 해주는 가장 중요한 요소라고 할 수 있습니다.

좋은 기억 속에서 살면 좋은 사람이 되고, 나쁜 기억, 힘든 기억을 떨쳐 내지 못하고, 그 기억에 지배 당해 살면 힘든 삶, 상처 많은 삶이 될 수 밖에 없습니다. 기억에 따라 인격과 성품이 결정될 수 있다는 것, 무시할 수가 없습니다. 기억은 중요합니다. 잘 관리해야 됩니다.

3.
기억과 관련해서 우리가 할 일은 두 가지 입니다. 힘들고, 나쁜 기억은 정화하고, 좋은 기억, 해야 할 기억, 예를 들면, 지혜자가 말하는 지혜의 말씀, 성경의 말씀에 대한 기억력은 높여야 합니다.

나쁜 기억을 지우는 정화의 최고 방법은 좋은 기억으로, 지혜의 말씀으로 덮어 씌우는 것입니다. 포맷해서 지혜의 말씀과 좋은 기억이 나오게 만드는 것입니다. 가능하겠습니까? 자기하기 나름이지만 가능합니다.3절에 방법이 나옵니다. ‘인자와 진리가 네게서 떠나지 말게 하고 그것을 네 목에 매며 네 마음 판에 새기라’ 자주 듣고, 가까이 해서(목에 매고),마음에 담을 때 쉽게 사라지지 않고 오래 남아서 필요할 때 쓸 수 있게 되는 것입니다.

기억에는 단기 기억이 있고, 장기 기억이 있습니다. 단기 기억은 잠시 머물다가 증발되 버리는 기억입니다. 길어야 20초 내지 30초라고 합니다. 잠깐 기억되고 사라지는 것 중에서 몇 개만 장기 기억으로 넘어가게 됩니다. 이 장기 기억 속에 살아 가는데 중요한 정보가 다 들어 있습니다. 장기 기억이 바로 내가 되는 것입니다. 이 기억 속에 있는 가치관, 신념, 도덕, 감정, 지식들이 쌓여서 나를 만들어 내는것입니다.

이 장기 기억을 좋게 만드는 게 중요한 것입니다. 지혜자는 지혜로, 지혜의 말씀으로 이 기억을 채우라는 것입니다. 어떻게요? 자주 듣고, 가까이 하고, 마음에 새겨서 그렇게 하라는 것입니다. 우리가 할 일입니다. 여러분들은 말씀이 단기 기억입니까? 장기 기억으로 많이 남아 있습니까? 단기 기억이면 듣는 순간 증발해 버려서 많이 들어도 남는 것은 없습니다.

말씀이 장기 기억으로 남으려면 ① 자주 듣고 ② 가까이 하고 ③ 의미를 갖고 들어야 합니다. 말씀을 해독하고, 묵상하고,성찰하면서 들어야 말씀이 장기 기억으로 남아 말씀의 인도함을 받는 삶을 살수 있게 되는 것입니다.

신명기 6:6-9절 말씀이 장기 기억을 촉구하는 말씀입니다. ‘오늘 내가 네게 명하는 이 말씀을 너는 마음에 새기고, 네 자녀에게 부지런히 가르치며 집에 앉았을 때에든지 길을 갈 때에든지 누워 있을 때에든지 일어 날 때에든지 이 말씀을 강론할 것이며, 너는 또 그것을 네 손목에 매어 기호를 삼으며 네 미간에 붙여 표로 삼고 또 네 집 문설주와 바깥 문에 기록할지니다.

지혜가 부족하고, 나쁜 기억에 지배받는 일이 많은 편이라고 생각하는 분믈은 6장의 이 모습을 점검해 보시기 바랍니다. 말씀을 얼마나 새기고 있는지, 배우고 있는지, 비중있게 받고 있는지. 신자로서 해야 할 최소한의 도리고, 삶입니다.

4.
[엄마의 마지막 말들](창비, 2020, 박희병)이라는 책이 있습니다. 암과 알츠하이머로 기억을 잃어 가는 어머니과 함께 했던 1년을 기록한 글입니다. 서울대 국문과 교수로 있는 박희병 교수가 아들인데 1년 동안 간병 하면서 들은 어머니의 말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아들은 죽어가는 어머니가 하는 말에 깊은 인상과 감명을 받게 됩니다. 남들이 알아 듣지 못하는 맥락도 없고, 두서도 없는, 말들 입니다. 하지만 알게 됩니다. 해독되지 못하고 있었을 뿐이지 한 마다 한 마디가 깊은 사랑과 뜻이 배여있는 어머니의 말들 이었던 것입니다. 그것을 알게되고 잊지 않고 기록으로 남기게 된 것입니다.

알츠하이머성 인지 저하증은 조현병과 비슷해서 발작을 할 때가 있다고 합니다. 어머니는 발작을 하고 진이 다 빠진 후에 한두 마디씩 한다는 것입니다. ‘미안하다’, ‘감사하다’ ‘고만 가서 공부해라’ ‘밥 무어라’. 늘 들었던 말이고, 사소한 말들이지만 이런 말들이 굉장한 의미로 다가오게 되고, 깊은 심연에서 어머니의 마음과 자신의 마음이 합치되는 희열을 느끼게 됐다는 것입니다. 그 순간이 너무 너무 기뻤다는 것입니다. 그 말들을 생각하고, 해독 하면서 적기 시작했고, 마음에 담게 되었다는 것입니다.

지혜자가 어미고, 아비라면, 지혜자가 우리에게 기대하고 원하는 것도 다른 게 아닐 것입니다. 자신이 말하는 지혜의 말들이, 사소하고, 당연한 것 같고, 고리타분한 것 처럼 보여도 뜻 깊게 들리고, 해독되서, 오래동안 마음에 남기를 바라지 않겠습니까? 여러분의 목사인 저도 동일한 마음을 가지고 있습니다. 작은 교회의 목사인 저의 말을 누가 귀담아 듣겠습니까? 유튜브 방송을 봐도 저의 영상은 보는 이가 없습니다. 하지만 저는 저의 부족하고 작은 말들이 여러분들에게 해독되고, 의미있게 받아들여져서 오랫동안 기억되어 여러분의 삶을 복되게 만드는 힘이 되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그 마음으로 전하고 있습니다.

김광석의 유명한 노래 ‘서른 즈음에’ 보면 노래 중간에 이런 물음이 나옵니다. ‘작기만 한 내 기억 속엔 무얼 채워 살고 있는지’. 우리의 기억이 얼마나 작습니까? 그 작은 기억 속에 정말 무엇을 채우고 있습니까? 우리도 물어야 합니다.

기억은 무한하지 않고, 유한합니다. 기억의 한계 속에 우리는 살고 있습니다. 언제 이 기억이 사라질지 모릅니다. 그래서 더 선물로 주신 기억을 복되게 만들 소명이 우리에게 있습니다. 잠언의 지혜자는 오늘 말씀에서 다시 설득하고, 도전하고 있습니다. 좋은 기억, 삶을 복되게 만드는 지혜의 말, 그 말씀을 마음에 새기라. 새기면 좋겠습니다.

기억된 지혜의 말씀이 흔들릴 때마다 여러분들의 중심을 든든히 잡아줄 것입니다. 그뿐이겠습니까? 여러분을 현명하게 만들어 줄 것입니다. 들려지는 말씀 하나하나를 잘 해독하고, 마음에 담아내는 벅찬 순간이 많아지기를 바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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