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11.26. 주일 설교: 숨은 나, 달리신 주 (벧전 2:21~25). 양은익 목사. 성찬식

 

숨은 나, 달리신 주(벧전 2:21~25)

21 이를 위하여 너희가 부르심을 받았으니 그리스도도 너희를 위하여 고난을 받으사 너희에게 본을 끼쳐 그 자취를 따라오게 하려 하셨느니라. 22 그는 죄를 범하지 아니하시고 그 입에 거짓도 없으시며. 23 욕을 당하시되 맞대어 욕하지 아니하시고 고난을 당하시되 위협하지 아니하시고 오직 공의로 심판하시는 이에게 부탁하시며. 24 친히 나무에 달려 그 몸으로 우리 죄를 담당하셨으니 이는 우리로 죄에 대하여 죽고 의에 대하여 살게 하려 하심이라 그가 채찍에 맞음으로 너희는 나음을 얻었나니.25 너희가 전에는 양과 같이 길을 잃었더니 이제는 너희 영혼의 목자와 감독 되신 이에게 돌아왔느니라. (벧전2:21~25)

마에스터 에크하르트(중세 수도사)는 귀중한 말을 남겼습니다. ‘하나님은 덧붙임을 통해서가 아니라 덜어냄을 통해서만 영혼 안에서 발견된다. ‘성찬 예식을 하는 이 귀한 예배에 이 말의 의미가 여러분들에게 잘 새겨졌으면 좋겠습니다. 우리는 신앙생활 자체도 욕망이 되는 세계 속에서 살고 있습니다. 이런 우리에게 에크하르트 수도사의 말은 깊은 경종을 울려 줍니다. 덜어냄을 통해 발견하는 하나님을 오늘 아침 우리도 발견하면 좋겠습니다.

나무 그림 하나 보겠습니다. 나무들의 겨우살이 준비는 이 말씀대로 입니다. 그 많던 나뭇잎들을 단풍으로 물들인 후 모두 다 떨어뜨립니다. 이유는 겨우내 모든 영양분과 수분이 뿌리에 집중되도록 하기 위함입니다. 우리도 이 나무의 모습을 보면서 뭔가 느끼면 좋겠습니다. 겨울은 인생, 시리고 아픈 인생을 의미합니다. 자꾸 덧붙이려 하면 안 됩니다. 덧붙임은 소유입니다. 우리는 어쩌다 하나님조차도 덧붙임의 대상으로 인식하게 되었는지 모릅니다. 이 중세 수도사는 덧붙임을 통해서는 하나님을 발견할 수 없다 했습니다. 진정으로 버려나갈 때 우리는 겨울을 이겨내는 삶을 살 수 있습니다. 이 수도사의 한 마디는 진정한 통찰력을 보여줍니다. 여러분도 신앙생활 하시면서 이 말이 주는 의미를 깊이 생각해 보시기 바랍니다.

오늘 저는 여러분들에게 성경의 중요한 두 가지 사건이 일어났던 현장으로 인도해 드리고자 합니다. 첫 번째 보여 드릴 장소는 타락의 현장인 에덴동산입니다. 두 번째 장소는 구원의 사건이 일어난 현장인 골고다 언덕입니다. 에덴의 두 주인공은 아담과 하와입니다. 골고다 언덕의 주인공은 십자가에서 피 흘리시며 돌아가신 예수 그리스도입니다.

에덴은 덧붙임이 일어난 장소입니다. 그 덧붙임은 바로 욕망입니다. 하나님과 같아지려는 욕망입니다. 먹지 말라는 실과에 손을 댑니다. 먹음직스럽고 보암직스러운 그 과실이 갖고 싶고, 먹으면 하나님처럼 될 수 있다는 욕망에 그들은 금한 것을 넘어 버리는 죄를 짓습니다. 골고다 언덕은 덧붙임의 욕망이 없고, 죽기까지 자신의 모든 것을 덜어내시는-심지어 생명조차도- 예수 그리스도가 계십니다. 덧붙임의 에덴에는 타락과 심판이 있었습니다. 덧붙임의 죄의 결과는 심판입니다. 이 원리는 지금도 같습니다. 덜어냄의 장소인 골고다 언덕에서는 전 인류의 구원사건이 일어났습니다. 이 두 현장의 공통점은 ‘나무’입니다. 에덴에서 금지된 열매를 먹는 죄를 지은 인간은 나무 뒤에 숨습니다. 골고다 언덕에서 주님은 십자가라는 나무에 매달리십니다.

에덴에서 인간은 하나님께서 하나님과 피조물의 경계선으로 정하신 금지된 열매를 따 먹는 죄를 짓고 (약속을 어기고) 아이들처럼 나무 뒤로 숨습니다. 어른의 눈에 띄는지도 모르고 아이들이 숨듯이, 인간도 하나님께서 다 보시는 줄도 모르고 나무 뒤로 숨습니다. 이때부터 하나님과 인간 사이의 숨바꼭질은 시작됩니다. ‘아담아 네가 어디 있느냐?’ 하나님께서는 지금도 똑같이 물으시며 우리를 적극적으로 찾으십니다. 피조물들은 계속 숨기 시작합니다. 감춤이 시작됩니다. 이 숨음과 감춤은 욕망과 덧붙임이 일어날 때 항상 일어나는 현상입니다.

욕망이 있는 곳에는 늘 은폐가 있습니다. 이것은 아무도 보는 이가 없는 것처럼 하는 태초부터의 버릇입니다. 이 죄성은 유전입니다. 하나님을 피해 다니고, 자신을 은폐하고, 나무 뒤로 숨고자 합니다. 나무 뒤로 숨으면 보지 못할 줄로 압니다. 또한, 그뿐 아니라 에덴에서 또 다른 놀라운 모습을 봅니다. 변명하고 책임을 전가하는 인간의 모습입니다. 하나님께서 아담에게 왜 선악과를 따 먹었냐고 물으시자 아담은 ‘하와 때문에’ 이 열매를 따 먹었다고 합니다. 하와에게도 물으시자 ‘뱀 때문에’ 먹었다며 책임을 전가합니다. 이들 모두 ‘나 때문’이라고 안 합니다. 내가 아닌 너 때문이라고 합니다.

이 모습은 끊임없이 변명하는 인간의 모습입니다. 이 책임을 전가하는 모습은 그들의 모습이자 또한 우리의 모습입니다. 숨고자 하고, 끊임없이 변명하고자 하는 죄의 유전자를 가진 나 자신을 발견합니다. 이것을 원죄라고 합니다. 이 원죄는 DNA처럼 인간에게 내재한 죄의 모습입니다. 에덴에서 인간의 죄는 시작됩니다. 이로 인해 인간은 깊은 상처와 내상을 받습니다.

골고다 나무 위에 달리신 주님, 죄를 범하지 않으셨고 거짓이 없는 분입니다. 책임 전가를 안 하시는 분입니다. 홀로 모든 욕을 받고 감당하시며 나무 위에서 죽어 갑니다. 첫 사람인 아담은 원죄의 사람입니다. 마지막 아담인 예수는 구원의 사람이라고 합니다. 아담이 너 때문이라고 책임 전가를 했듯이, 아담의 후예들도 끊임없이 너 때문이라고 하는 고정 관념에서 벗어나지 못합니다. 골고다 언덕 십자가를 지신 예수 그리스도께서는 ‘저들이 알지 못해 저지른 것이니 저들을 용서해 달라고 하나님께 기도합니다.

에덴에서의 상처가 골고다 언덕에서 고스란히 고쳐지고 있습니다. 골고다 언덕에서 일어난 일을 묘사하는 베드로 사도의 고백을 다시 한번 들어 보십시오.

‘바로 이것을 위하여 여러분은 부르심을 받았습니다. 그리스도께서는 여러분을 위하여 고난을 당하심으로써 여러분이 자기의 발자취를 따르게 하시려고 여러분에게 본을 남겨 놓으셨습니다. 그는 죄를 지으신 일이 없고 그의 입에서는 아무런 거짓도 찾아볼 수 없었습니다. 그는 모욕을 당하셨으나 모욕으로 갚지 않으시고, 고난을 당하셨으나 위협하지 않으시고, 정의롭게 심판하시는 이에게 다 맡기셨습니다.그는 우리 죄를 자기의 몸에 몸소 지시고서, 나무에 달리셨습니다. 그것은, 우리가 죄에는 죽고 의에는 살게 하시려는 것이었습니다. 그가 매를 맞아 상함으로 여러분이 나음을 얻었습니다. 전에는 여러분은 길 잃은 양과 같았으나, 이제는 여러분의 영혼의 목자이며 감독이신 그에게로 돌아왔습니다'(벧전2:21-25, 새번역)

여기서 ‘여러분’이라 함은 에덴의 죄성을 가진 인간, 하나님을 피하고자 하는 인간, 책임 전가를 하는 인간, 즉 우리들입니다. 베드로는 십자가에 달리신 주님을 보며- 죽기까지 순종하시며 놀라운 사랑을 보여 주신 주님을 보며- 도망 다니고 주님을 부인하던(에덴의 아담의 모습의) 베드로 자신을 치유하시는 주님의 놀라운 십자가 사랑을 발견하고 깊게 깨닫게 됩니다. 천상천하 유아독존식의 자신만을 알며 사는 뿌리 깊은 죄 속의 인간과 하나님과의 관계 회복을 위한 주님의 희생과 그 구원의 은혜를 깨달은 것입니다.

주님께서는 십자가를 지시기 전 마지막 만찬에서 주님의 몸과 피를 먹고 마시라 하시며, 떡과 포도주를 주셨습니다. 주님의 몸과 피를 먹고 마심으로 주님의 생명을 받으라는 것입니다. 구원의 길로 들어서라는 놀라운 초청입니다. 주님의 몸과 피를 먹고 마심으로 우리는 죄에 대해 죽고 의에 사는 구원의 길로 들어서게 되는 것입니다. 이것이 성찬의 의미입니다. 우리가 성찬의 깊은 의미를 깨닫고 온전한 믿음으로 성찬에 참여할 때 하나님께서는 우리와 함께하시며, 성령께서는 우리를 하늘 보좌로 이끌어 올리십니다. 이 놀라운 은혜의 자리, 신비 체험의 자리가 성찬입니다. 감격과 감사함으로 성찬을 받으시기 바랍니다. 이 빵과 피에는 주님의 사랑과 은총과 은혜가 무궁 무진히 녹아 있습니다.

주님께서는 십자가에서 죽으셨고, 부활하셨고, 승천하셨으며, 지금도 우리와 함께하고 계십니다. 이 신앙 고백이 여러분 가운데 늘 있으시기 바랍니다. 이 성찬이 여러분을 살리고, 감사함을 회복시켜 주시기를 바랍니다. 여러분 모두가 이 성찬을 감사함으로 받으시고 누리시기를 바랍니다. (정리: 김화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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