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1.15. 주일설교: 당신이 이르는 곳마다(겔47:1-12). 양은익 목사


말씀: 당신이 이르는 곳마다(겔47:1-12)

날씨가 무척 추워졌습니다. 추운 날씨에 오신 들풀 교우들에게 하나님의 은혜와 기쁨이 충만하시기를 바랍니다. 여러분은 겨울에 가장 아름답다고 생각하시는 색깔이 무엇입니까? 작년에 돌아가신 신영복 선생은 겨울에 가장 아름다운 색깔이 불빛이라고 했습니다. 사상범으로 투옥되어 감옥 생활을 오래 했기에 불빛이 주는 온기 때문에 그랬을 것입니다.

‘소한, 대한 다 지났는데도 여전히 추운 겨울입니다. 서화반 작업장에 19공탄 난로 하나 피웠습니다. 나한테 묻는다면 겨울의 가장 아름다운 색깔은 불빛이라고 하겠습니다. 새까만 연탄구멍 저쪽의 아득한 곳에서부터 초롱초롱 눈을 뜨고 세차게 살아오르는 주홍의 불빛은 가히 겨울의 꽃이고 심동(深冬)의 평화입니다. 천 년도 더 묵은, 검은 침묵을 깨뜨리고 서슬 푸른 불꽃을 펄럭이며 뜨겁게 불타오르는 한겨울의 연탄불은, 추위에 곱은 손을 불러모으고, 주전자의 물을 끓이고, 젖은 양말을 말리고……, 그리고 이따금 겨울 창문을 열게 합니다’ (신영복 옥중서간, <감옥으로부터의 사색>’

추울수록 더더욱 필요한 것이 따스한 온기임을 잊지 마시기 바랍니다. 온기가 있을 때, 그리고 그 온기를 서로 나눌 때 우리는 서로 벗이 될 수 있고, 우정의 공동체인 교회도 이루어 나갈 수 있습니다. 오늘 우리의 모임도 따뜻한 온기로 가득 차기를 바랍니다. 하나님만 홀로 예배하고 가지 마시기 바랍니다. 서로를 안아주고, 바라보고 이해하는 따뜻함을 가지기 바랍니다.

오늘 말씀의 제목은 9절에 나오는 ‘이 강물이 흐르는 곳마다’에서 나왔습니다. 여기서 ‘강물’을 ‘당신’으로 바꾸어서 이해하셔도 됩니다. 오늘 말씀은 에스겔 선지자가 바벨론에서 포로 생활을 하고 있을 때 본 환상입니다. 에스겔과 이스라엘 백성이 지쳐있을 때, 하나님께서는 환상을 주신 것입니다. 단테의 신곡 지옥 편에 보면 지옥 입구에 쓰여 있는 글이 있습니다. ‘여기 들어오는 너희, 온갖 희망을 버릴지어다’ 단테가 볼 때 지옥은 희망이 없는 곳이기에, 지금 여기서 희망없이 사는 것은 지옥의 삶을 사는 것이라는 메시지를 전하고 있는 것입니다.

사람이 짓는 죄 중에서 가장 나쁜 죄 중의 하나가 희망을 뺏어가는 것입니다. ‘너는 안돼, 너는 싹수가 없어!’ 등등 입니다. 사람은 희망을 빼앗기면 영적으로 피폐해지고 죽게 됩니다. 강력 범죄자들 중 많은 수가 희망을 빼앗긴 사람들입니다. 희망은 우리의 삶을 지탱시켜주는 힘이자 강력한 에너지입니다. 중환자들도 희망을 빼앗기면 모든 에너지가 다 빠져나가 한순간 급속도로 악화한다고 합니다. 에스겔 선지자와 이스라엘 백성들은 포로로서 희망을 잃어버린 삶을 살고 있습니다. 신앙인들에게 희망의 출처는 하나님께 대한 믿음입니다. 사람들은 삶의 상황이 나빠지면 우선 하나님 탓부터 합니다. 절망 중에 있던 이스라엘 백성을 위해 하나님께서는 에스겔에게 환상을 주십니다. 환상은 생생한 체험을 주시는 것입니다. 하나님께서 환상을 보여 주실 때는 그 환상을 통해 우리가 깨닫고 일어서기를 원하시는 것입니다. 희망을 주고자 하시는 것 입니다.

오늘 본문에 주신 환상은 에스겔에게 주신 많은 환상 중에서 오늘 본문에 주신 환상이 마지막 환상입니다. 1절의 그는 하나님의 대리자입니다. 그는 에스겔을 하나님의 성전으로 데리고 갑니다. 희망을 잃은 인생의 절체절명의 위기의 순간(인생이 허물어지는 순간) 우리는 허망하게 다른 곳을 기웃거리고 헤매지만 그렇게 하지 말고 하나님의 성전으로 가라는 것입니다.

에스겔이 하나님의 대리자에 이끌려 성전 문 앞에 도착하자, 성전 문지방에서는 물이 흘러나옵니다. 그 물은 끊임없이 흘러나옵니다. 물의 깊이를 4번 측량합니다. 발목까지 차오른 물이 무릎까지 차오르고, 허리까지 차오르더니, 드디어 빠질 정도로 차올랐습니다. 그리고는 엄청난 강을 이루게 됩니다. 6절에서 하나님의 대리자가 확인시켜 줍니다. ‘너가 이것을 보았느냐?’ 정말로 하나님께서 흘러 내려보내시는 이 생명 물줄기의 의미를 깨달으면서 보았느냐는 질문입니다. 새 번역으로 8~9절을 보겠습니다.

8 그가 나에게 일러주었다. “이 물은 동쪽 지역으로 흘러 나가서, 아라바로 내려갔다가, 바다로 들어갈 것이다. 이 물이 바다로 흘러 들어가면, 죽은 물이 살아날 것이다. 9 이 강물이 흘러가는 모든 곳에서는, 온갖 생물이 번성하며 살게 될 것이다. 이 물이 사해로 흘러 들어가면, 그 물도 깨끗하게 고쳐질 것이므로, 그 곳에도 아주 많은 물고기가 살게 될 것이다. 강물이 흘러가는 곳이면 어디에서나, 모든 것이 살 것이다.(겔47:8-9, 새번역)

많은 메타포(상징과 은유)를 담고 있는 말씀입니다. 성전에서 시작되어 흐르기 시작한 물이 그냥 흐르는 것이 아니라, 흘러들어 가는 곳에 변화를 일으키며 흘러갑니다. 물이 흘러가는 곳은 죽었던 것들이 살아납니다. 영이 없는 사람들은 이 말씀의 의미를 알 수 없습니다. 이 생명의 물은 세 가지 변화를 일으킵니다. 살아남, 풍부함, 변화됨입니다. 이 물은 치유의 물, 생명의 물입니다. 구약의 이 물의 표현이 후에 성령으로 표현됩니다. 이 성령의 물이 변화시키는 3가지 변화는 우리 모두가 바라는 변화입니다. 하나님께서 하나님의 사람들에게 주시고자 하시는 이 물을 발견하시기 바랍니다. 헛된 것을 쫓아가는 잘못된 길로 빠지지 않기를 바랍니다.

1.살아남
9절에서 ‘각처(가는 곳마다) 모든것이 살것이며’ 8절에서 ‘그 바다의 물이 되살아 나리라’고 하십니다.성전에서 시작된 물이 흘러가며, 그냥 흘러가는 것이 아니라, 그 물에 닿은 모든것들이 변화되어 다 살아나고 있습니다.

2. 풍부함
9절에서 ‘고기가 심히 많으리니’, 12절에서 ‘강 좌우 가에는 각종 먹을 과실나무가 자라서 그 잎이 시들지 아니하며 열매가 끊이지 아니하고 달마다 새 열매를 맺으리니’라고 하십니다. 달마다 열매를 맺는 과일이 어디 있습니까? 그러나 생명의 물이 흐르면 이런 일이 가능케 된다는 것입니다. 생수의 강, 성령이 우리에게 흘러들어오면 우리는 풍성해집니다.

3. 변화됨
쓸모없음(무용)에서 쓸모 있음(지용)으로의 변화가 일어납니다. 12절에서 ‘그 열매는 먹을 만하고 그 잎사귀는 약재료가 되리라’고 하십니다. 중동지역에서는 나무 잎사귀는 쓸모가 없어 예전이나 지금이나 다 버립니다. 생명의 물이 흐르면 이 모든 것이 변화됩니다. 쓸모없던 것이 쓸모 있는 것으로 변합니다. 이 놀라운 것을 환상으로 보여주십니다. 결핍, 빈곤, 아픔에서 환상에서 보여주신 변화가 일어난다면 얼마나 감격적이겠습니까?

지금의 삶에서 ‘가치가 없다’는 판정은 쓸모가 없다는 것으로, 존재할 가치가 없다는 것입니다. 지금 쓸모없는 사람으로 여김을 받고 있습니까? 오늘 주시는 이 말씀의 의미를 잘 이해하고 깨닫기 바랍니다. 가치 없음은 잊힐 수 있는 존재라는 것입니다. 그러나 하나님께서 이 사실을 바꿔주시겠다는 것입니다. 우리가 하나님 안에만 있으면 우리는 변화되고 살아날 소망(가능성)이 있습니다. 우리가 하나님 안에 있으면 우리에게는 환경을 뛰어넘는 소망이 생깁니다. 이런 믿음을 가지게 되시기를 바랍니다. 하나님 안에서는 소망이 있습니다. 하나님께서는 세상의 약한 것을 택하셔서 세상의 강한 자(하나님을 알지 못하는 강자)를 부끄럽게 하십니다.

하나님께서 쓰신 성경의 인물들을 보십시오. 그들이 어떤 사람이었습니까? 베드로는 배신자입니다. 세상은 배신자를 거들떠보지도 않습니다. 그러나 하나님은 크게 쓰십니다. 바울은 철저히 그리스도인을 죽이던 박해자였습니다. 그러나 하나님은 바울을 크게 쓰십니다. 모세는 살인자요 도망자였습니다. 하나님께서 모세를 얼마나 크게 쓰셨습니까? 다윗은 어떻습니까? 간음자였습니다. 인간말종 취급을 받아야 할 다윗을 하나님께서는 크게 쓰셨습니다. 야곱은 희대의 사기꾼입니다. 그러나 그 또한 하나님은 크게 쓰십니다. 하나님께서는 이토록 무용의 존재들을 쓰셔서 유용한 존재들로 바꾸십니다. 그러기에 현재 쓸모없어 보이는 사람들을 너무 괄시하지 말기를 바랍니다. 인생사 새옹지마라고 했습니다. 즉 인생의 길흉화복은 변화가 많아서 예측하기가 어렵다는 의미입니다. 사라져버려도 그 존재를 알 수 없던 사람이 하나님께서 쓰시면 쓸모있는 유용한 존재가 됩니다. 이 일을 위해 우리가 동원된 것입니다.

우리는 자꾸 세상의 눈과 안목으로 보면 안 됩니다. 눈을 똑바로 떠서 하나님께서 하시는 일을 보아야 합니다. 지금 사회의 분위기는 온기 넘치는 사회가 아닙니다. 약자를 밟고 올라서야 하는 수직 문화, 서열문화, 계급문화입니다. 약한 자가 살아내기는 정말 힘든 사회입니다. 온기 없는 냉정한 사회가 우리가 사는 사회의 모습입니다. 그 문화 속에서 살아가는 나의 모습을 보십시오. 우리도 그들과 같아지고 있는 것은 아닙니까? 자기 자신만을 챙기는 그런 고집스러운 모습으로 변해 가고 있지는 않습니까? 우리에게서도 생명의 물이 흘러나가야 합니다. 우리는 하나님이 원하시는 모습으로 우리의 겉 사람을 죽이고 변화되어야 합니다. ‘너희는 이 세대를 본받지 말고 오직 마음을 새롭게 함으로 변화를 받아 하나님의 선하시고 기뻐하시고 온전하신 뜻이 무엇인지 분별하도록 하라 (롬12:2)’

우리는 하나님의 은혜와 은총이 필요합니다. 하나님을 신뢰하시기 바랍니다. 순종하시기 바랍니다. 하나님께서는 지금도 우리가 모르는 신비한 힘을 계속 공급해 주시고 계십니다. 그래서 우리는 살아납니다. 우리가 정신 못 차리고 살면 우리는 거칠어집니다. 내가 나 자신을 제어 할 수 없게 됩니다. 우리는 매 순간 하나님의 은혜와 성령에 깊이 잠겨서 살아야 합니다. 그렇게 할 수 있는 비결은 무엇입니까? 하나님의 은혜와 도우심을 구하셔야 합니다. 늘 말씀을 보셔야 하고 어떻게든 시간을 잠깐씩이라도 내어 하나님께 기도드려야 합니다. 내 마음을 감동하게 하는 은혜가 내게 없으면, 나는 메말라가게 됩니다. 그렇게 되면 자기 자신만 알고 이웃을 이해 못 하고 배려 못 하는 삶을 살게 됩니다. 그런 삶에서는 생명의 강수가 흘러갈 수 없습니다. 물이 흐르지 못하니 썩을 수 밖에 없습니다. ‘그 진펄과 개펄은 되살아나지 못하고 소금땅이 될 것이며’(겔47:11)

시간이 지나면 사람도 변하고 사회도 변합니다. 달도 차면 기웁니다. 가는 세월 오는 백발 막을 수 없다면, 우리는 어떤 모습으로 변화를 받아들일지 방향을 잡고 살아야 합니다. ‘ 늙은 말이 길을 안다’는 속담이 있습니다. 이 속담처럼 우리는 인생의 이정표를 주위 사람들에게 아름답게 줄 수 있는 삶을 살아야 합니다.

우리는 나이 들어 갈수록 더욱 따듯해져야 합니다. 이렇게 될 수 있는 것은 성령의 은혜입니다. 자신만을 아는 사람에게서 성령의 물과 은혜가 흘러 나올 수 없습니다. 나이 들면서 고집스러워지면 안 됩니다. 성령이 풍부한 따듯한 사람이 되어야 합니다. 하나님께서는 나로부터 성령의 물이 흘러나가게 되기를 바라십니다. 그렇게 되면 나로 인해 내 주위 사람들이 다 살아나게 됩니다. 나만 거치게 되면 주위 사람들이 다 죽어가면 어떡합니까?

하나님께서는 소망을 잃고 답답하고 거친 삶을 사는 우리에게 이 놀라운 환상을 보여 주십니다. 주님의 거울에 자신을 늘 비춰보시고 다듬어 가시기 바랍니다. 지금도 하나님의 성소에서 물이 흘러나오고 있습니다. 이 생명의 강에 우리도 합류해야 합니다. 그러면 살아나고, 풍성해지고, 쓸모있는 것들을 만들어 낼 수 있습니다. 올 한 해 가시는 곳 어디든 가는 곳마다 시들었던 것을 살려내고 변화시키는 은혜가 넘치기를 소망합니다. (정리: 김화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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