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마운 모순의 날들

20151223

주의 사자가 요셉에게 현몽하여 이르되 헤롯이 아기를 찾아 죽이려 하니 일어나 아기와 그의 어머니를 데리고 애굽으로 피하여 내가 네게 이르기까지 거기 있으라 하시니 요셉이 일어나서 밤에 아기와 그의 어머니를 데리고 애굽으로 떠나가 헤롯이 죽기까지 거기 있었으니 이는 주께서 선지자를 통하여 말씀하신 바 애굽으로부터 내 아들을 불렀다 함을 이루려 하심이라(마2:13~15)

그러고 보면 주님은
나실 때부터 한시도 편할 날이 없었습니다.

1.4후퇴 피난 길 갓난장이로 죽은 제 형님처럼
IS에 쫓겨 떠돌아다니는 시리아 난민들의 아기들처럼
광기 어린 군주의 학살을 피해
‘구유에 누인 그 어리신 예수’께서도
공포의 피난 길을 떠나야 했으니까요.

모순투성이의 날들이 내게 오지 않았다면
내 삶은 심심하였으리
그물에서 빠져나오려고 몸부림치지 않았다면
내 젊은 날은 개울 옆을 지날 때처럼
밋밋하였으리 무료하였으리
갯바닥 다 드러나도록 모조리 빼앗기고 나면
안간힘 다해 당기고 끌어와
다시 출렁이게 하는 날들이 없었다면
내 영혼은 늪처럼 서서히 부패해갔으리
고마운 모순의 날들이여
싸움과 번뇌의 시간이여
(도종환,밀물)

이래서였을까요,
주님에게는 미안한 일이지만
당신께서
기막힌 모순투성이의 삶을 알고
걸린 그물에서 빠져나오기 위해 몸부림치는 것이 무엇인지도 알고
바닥 다 드러나도록 빼앗긴 것을 알기에
다행이다 싶었습니다.

하나님이며 사람이신 주님,
사람이면서도 안간힘 다해 사신
주님이 고맙고 좋습니다.
가재는 게 편이고, 게는 가재 편이라 그렇겠지요.

날 때부터
생고생하신 주님 보면서
내 삶의 기막힌 모순, 몸부림, 출렁임 들을
고마워하는 어른 같은 성탄 맞이하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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