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5.6. 주일 설교: 마침내, 하나님 나라(막1:14~15). 마가복음 5. 양은익 목사.

 

 

마가복음 5: 마침내, 하나님 나라(막1:14~15)

요한이 잡힌 후 예수께서 갈릴리에 오셔서 하나님의 복음을 전파하여 이르시되 때가 찼고 하나님의 나라가 가까이 왔으니 회개하고 복음을 믿으라 하시더라(막1:14~15)

오늘은 어린이 주일과 어버이 주일을 함께 지내는 주일입니다. 폴란드 아동 문학가이며 고아들을 돌보다가 나치가 유대인 아이들을 포로수용소로 끌고 가서 처형할 때 자신은 유대인이 아니면서 돌보던 아이들과 함께 수용소로 가 같이 죽임을 당했던 야누쉬 코르차크(Janusz Korczak 1878~1942)의 어린이를 위한 기도문을 함께 보고 시작하겠습니다. ‘아이들에게 선한 의지를 주시고, 그들의 힘을 북돋아 주시고, 그들의 수고에 복을 내려 주십시오. 아이들을 편한 길로 인도하지는 말아 주십시오. 그렇지만 아름다운 길로 인도해 주십시오’( 어떻게 아이들을 사랑해야 하는가?)

아이들에게 선한 의지를 주실 것과 아름다운 길 즉 가치 있는 삶을 살아가는 인생으로 이끌어 주시기를 기도하는 기도문입니다. 어린 자녀를 두신 부모님은 이 기도문으로 기도해 주십시오. 부모의 사랑은 두 가지입니다. 받아들이는 사랑과 변화시키는 사랑입니다. 이 두 가지의 사랑을 적절히 이끌어 가는 것이 부모의 과제입니다. 아이들이 원하는 것을 다 받아주기만 해도 문제가 되고, 부모의 뜻대로 변화시키려 너무 무리해도 문제가 됩니다. 조화가 중요합니다. 하나님 안에서 아이의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소중히 받아주고 사랑해 주고 그들에게 주어진 만큼의 능력에 맞게 살아갈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 중요합니다. 오늘 아이들 키우시느라고 수고하시는 집사님들과 성도님들 가정에 하늘의 큰 위로와 격려가 있기를 바랍니다. 응원합니다. 힘내시고 하나님 뜻 안에서 승리하시기 바랍니다.

오늘 본문 말씀입니다. 14절 세례 요한 얘기가 나옵니다. 세례 요한이 잡혔습니다. 눈엣가시 같은 존재인 요한을 땅의 권세 자들이 그냥 두겠습니까! 세례 요한이 잡힌 것은 예수님께도 영향을 미치게 됩니다. 예수님은 다시 갈릴리로 가시게 됩니다. 그리고 하나님의 아들 예수 그리스도로 세상을 향한 일성(一聲), 첫 번째 선포를 하시게 됩니다. ‘때가 찼고 하나님의 나라가 가까이 왔으니 회개하고 복음을 믿으라’

14절은 설교의 배경이고, 15절은 설교의 내용입니다. 귀한 선포입니다. 이 설교의 첫 청중은 갈릴리 사람들입니다. 갈릴리 사람들은 사는 것이 정말 팍팍합니다. 한가한 사람들이 아닙니다. 그들은 하루하루 사는 것이 힘들고, 서럽고 눈물 마를 날이 없는 이들입니다. 그렇게 사는 이들을 향해 말씀하십니다. 간단해 보이는 듯한 말씀이지만, 이 말씀을 받아들이는 이들에게는 뭔가 희망의 돌파구가 생길 것을 그들은 알게 됩니다.

빛을 보았고 사망의 땅과 그늘에 앉은 자들에게 빛이 비치었도다'(마 4:16) 흑암에 앉은 자들, 사망과 그늘에 있는 자들에게 빛을 비춰주시는 말씀이 선포되기 시작한 것입니다. 예수님은 이 설교를 통해 어둠에서 빛으로 나오라는 초청, 호출하시는 것입니다. ‘때가 이르렀으니 어둠에서 일어나 빛으로 오라! 수고하고 무거운 짐 진 자들아 이리로 오라. 여기에 길이 있고 소망이 있고 생명이 있다!’ 이 호출과 초청은 2000년 전 설교를 듣던 갈릴리 사람들뿐 아니라, 오늘 이 설교를 다시 듣는 우리도 초청하시는 것입니다. 여러분 모두 이 호출과 초대에 기쁨으로 응답하시기 바랍니다. 우리는 세상의 포로들입니다. 환경에 매여 있고, 마음에 매여 있습니다. 이 매임에서 풀려 자유로움을 얻으려면 오늘 주시는 말씀을 받아들여야 합니다.

‘때가 찼고 하나님의 나라가 가까이 왔으니’. 이 말씀은 서술형으로 되어 있습니다. 객관적 현상을 설명하고 계십니다. ‘회개하고 복음을 믿으라’. 이 말씀은 명령형으로 되어 있습니다. 주님이 제시하시는 요청이며 명령입니다. 명령하는 경우는 명령받는 당사자들이 명령이 요청될 때는 모를 수 있으나 명령하는 자 입장에서 결과가 좋을 것을 확신할 때 명령을 하게 됩니다. 자녀들에게 공부하라 할 때, 요청될 당시는 얘들은 공부가 중요한지 모르지만, 결과가 좋을 것을 알기에 명령하는 것입니다. 주님도 그런 마음으로 명령하십니다.

하나님께서 다스리시고 우리의 삶의 모든 세미한 것들까지 통치하시는 하나님의 나라가 왔으니 회개하고 믿어야 한다고 선포하십니다. 이것은 옛 시대 요한의 시대는 가고 새 시대, 예수님의 시대가 왔다는 선포입니다. 메시아의 새 시대는 유대인들이 오매불망 기다리던 새 세상입니다. 구약 말라기 선지자 이후 400년의 영적 암흑기를 지낸 그들입니다. 메시아에 목말라하는 유대인들에게 사랑으로 충만한 하나님께서 실제로 통치하시는 하나님의 시대가 왔다는 이 선포는 이 복음의 소식을 믿는 이들에게는 대단히 큰 소식입니다.

이 복음을 듣는 갈릴리 사람들을 이해하려면 유대 사회의 경제 제도에 대한 이해가 있어야 합니다. 1세기 유대 사회 구조에 대한 권력과 특권층과 일반 농어민과 하층민에 대한 분석이 있습니다. 잠시 소개해 드립니다. 권력층의 가장 꼭대기는 로마 황제가 있습니다. 그 바로 아래 상층부 지배 계급은 인구의 1~2%를 차지하는 헤롯 대왕 일가와 대제사장, 귀족계급이 있습니다. 이들이 부의 60~70%를 소유합니다. 그 아래 계층이 가신 그룹입니다. 이들은 인구의 5~7%를 차지합니다. 귀족과 일반 백성 사이에서 브로커 역할을 하며 백성들이 거둔 소득을 귀족들에게 세금 등으로 징수해 가던 자들입니다. 세리, 지방 행정관, 세금 징수관, 서기관들이 여기에 속합니다. 그 아래에 일반 농어민, 상인, 장인 등의 백성이 위치합니다. 인구의 70~80%를 차지합니다. 세금을 내는 이들입니다.

그 당시 세율은 70%에 육박했다고 합니다. 15%는 로마에 조세로, 20~35%는 헤롯 왕가에 공세로, 10~20%는 대제사장과 성전 권력자들에게 성전 세로 바쳤습니다. 이 계층에 속하는 백성은 뼈 빠지게 일해서 세금을 바치고 세금 낼 돈이 없으면 땅을 팔고 빚을 내서 (당시 이자는 20% 이상의 고리였습니다) 버티다가 이자도 못 내면 다 뺏기고 길거리로 유랑하거나 노비가 되어 팔려가는 하층민(인구의 5~15%)으로 전락했습니다. 피를 짜내는 고액의 세금에 시달리던 백성들입니다. 예수님은 공생애 삶 동안 주로 이 백성과 하층민들과 만나시고 하나님의 나라를 선포하셨습니다.

지금 예수님은 바로 이들을 향해 하나님 나라가 왔으니 회개하고 믿으라고 선포하고 계시는 것입니다. 나라라는 얘기만 들어도 세금 때문에 치를 떠는 이들입니다. 로마가 다스리는 나라(Kingdom of Rome)가 아닌, 하나님께서 다스리는 나라(Kingdom of God). 오랫동안 선지자들이 예언했던 나라, 평화의 왕이신 하나님이 다스리는 나라, 하나님께서 공의로 다스리시는 나라. 그 나라가 드디어 도래했다는 것입니다. 이 설교를 들은 자들의 가슴에 얼마나 큰 새 희망의 싹이 터졌겠습니까? 함께 상상해 보시기 바랍니다. 유대 사회는 끊임없이 반란이 일어났던 사회입니다. 이런 갈등과 혼란 속에 있던 유대인들에게 진정한 하나님의 나라, 하나님의 아들이 의와 정의와 평화로 다스리는 그 하나님의 나라가 시작됐다고 선포하고 계시는 것입니다.

예수님의 앞으로의 3년간의 공생애의 삶도 그들이 그토록 고대했던 하나님의 나라가 도래했음을 보여주기 위해 많은 기적을 행하셨고, 병자들을 치유하셨으며, 귀신을 쫓아내는 일들을 행하셨습니다. 하나님 나라가 실제로 임했음을 보여주는 sign으로서의 기적입니다. 우리는 역사상 로마 황제가 있었음을 믿습니다. 예수님의 모든 기적과 공생애의 삶도 그대로 역사에 있었던 일입니다. 못 믿을 이유가 없습니다. 하나님의 나라가 왔으니 거부하지 말고 받아들이라 회개해서 받아들이라 하십니다. 이 땅의 현실에 매여있는 서러운 인생들을 향해 새로운 가능성을 놓치지 말고 붙잡으라는 것입니다. 여러분과 여러분의 가족과 여러분의 이웃들 모두에게 이 주님의 초대를 전하시고 눈이 활짝 열려 이 초청에 기쁨으로 응답하게 되시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예수님은 첫 설교에서 핵심 키워드인 ‘하나님의 나라’, 하나님의 다스리심을 선포하시면서 그 통치를 받아들이는 두 가지 조건을 말씀하십니다. 회개와 믿음입니다.

1. 회개(μετανοέω, 메타노이아)
우리는 회개를 잘 이해해야 합니다. 회개라고 하면 모두 거부감을 느낍니다. 회개는 굉장히 광범위한 뜻을 가진 단어입니다. 자잘한 잘못을 뉘우치고 반성하는 회개도 있지만, 회개의 근본적 의미는 마치 아무것도 없는 하얀 백지 위에 그림을 그리듯 새롭게 시작하는 것을 회개라 할 수 있습니다. 깨끗해진 상태이기에 무엇인가를 새롭게 시작할 수 있습니다. 이처럼 깨끗이 새롭게 시작할 수 있게 하는 회개는 큰 축복입니다. 예전에 무슨 그림이 있었든지 아무 상관 없습니다. 지금 새 출발을 위해 완전히 깨끗해진 상태가 중요합니다. 이런 하얀 백지상태가 되려면 가치관을 완전히 바꾸어야 이 상태가 가능해집니다. 메타노이아, 가치관과 근본을 완전히 바꾸는 일! 성경을 이를 회개라 합니다.

사람마다 고집스러운 생각의 틀들이 있습니다. 이 고집스러운 생각의 틀을 내려놓고 하나님을 받아들여, 하나님의 마음과 뜻에 따라 살겠다는 ‘마음 다짐’이 회개이며, 그때 변화가 일어나는 것입니다. 이 회개의 과정이 있어야 하나님의 통치하심 속으로 들어갈 수 있습니다. 나의 틀을 고집하면 하나님의 다스림을 받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스스로 자신을 바라보시기 바랍니다. 자신의 틀을 다 내려놓고 하나님의 틀 속에 맞춰 나 자신을 바라봅시다. 이것이 회개입니다. 회개는 이렇기에 절대로 어둡지 않습니다. 회개가 가져오는 결과는 매우 아름다운 밝음입니다. 내 마음을 바꾸고 사랑으로 충만한 하나님을 받아들였기에 굉장한 밝음입니다.

하나님께서 손을 대시면 고목에도 아름다운 꽃이 핍니다. 하나님께서 손을 대시면 쓸쓸한 내 인생, 비관으로 가득하고 아픔으로 가득한 내 인생에 향기 가득한 한 송이 꽃, 필 수 있습니다. 하나님의 다스리심은 이렇게 중요합니다. 이런 하나님의 온전한 통치와 다스리심을 받아들이시고 이런 하나님의 축복을 받아 누리시기를 축복하고 축원 드립니다.

2. 믿음
하나님의 다스리심을 받으면 내 삶이 꽃이 필 수 있음을 받아들이는 것이 믿음입니다. 누구나 하나님을 안 믿는 사람들도 살면서 믿고 의지하는 것들이 있습니다. 그 믿음의 대상은 보통 한 개 이상입니다. 이것들은 그것이 돈이든 주먹이든 나를 지배하는 힘을 갖고 있습니다. 돈을 믿으면 돈이 그를 지배합니다. 믿음은 가치관입니다. 그런데 문제는 이 믿음들이 강하지 못하고 흔들린다는 사실입니다. 여자만 흔들리는 것이 아닙니다. 남자도 흔들립니다. 그래서 하나만 믿기에는 불안합니다. 그래서 더 믿는 대상을 늘립니다. 주먹을 믿었던 자들은 돈도 믿는 식입니다.

믿음의 반대는 무엇입니까? 불신입니까? 아닙니다. 의심입니다. 믿지만, 의심하기 시작합니다. 온전히 믿을 수 없기에 다른 것도 믿습니다. 우리는 하나님을 믿는다고 하면서 하나님만을 믿습니까? 아쉽게도 아닐 때가 많습니다. 하나님도 믿고, 다른 것도 믿습니다. 하나님을 믿는 것만으로 불안합니다. 의심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자기의 머리도 믿고 자기의 재주도 믿습니다. 그러나 성경은 이것을 절대적으로 금하고 있습니다. 오직 하나님만을 믿으라고 합니다. 어떠한 의심도 불신도 허락하지 않습니다. 하나님의 절대성 앞에 우리는 절대적으로 순종해야 합니다. 갈멜산에서 엘리야 선지자가 이렇게 흔들리며 오락가락하는 우리를 향해 선포했습니다.

‘너희가 어느 때까지 둘 사이에서 머뭇머뭇하려느냐 여호와가 만일 하나님이면 그를 따르고 바알이 만일 하나님이면 그를 따를지니라'(왕상18:21)

하나님을 의심하며 하나님과 바알사이에서 우왕좌왕하지 말라는 것입니다. 예수님의 첫 설교의 청중은 갈릴리 사람들입니다. 너무 많은 것들을 빼앗긴 사람들. 이런 사람들이 하나님을 믿기는 쉽지 않습니다. 그러나 이런 상처와 아픔과 매임 속에 있는 이들을 향해 마음을 바꾸고 회개하고 하나님을 믿으라 하십니다. 이것은 하나님께서 통치하시는 아름다운 세계로의 초청입니다. 너무나 귀하신 설교입니다. 2000년 전 선포된 주님의 첫 설교입니다. 눈물로 감격하며 받을 귀한 설교입니다. 우리의 답답한 상황과 세상의 삶의 매임에 대한 놀라운 소망으로의 초대입니다.

이 세상을 창조하시면서 마음에 들어 하시며 웃으셨던 하나님. 이 하나님께서 우리를 하나님이 통치하시는 하나님의 나라로 초청하시고 계십니다. 우리가 회개하고 이 초청에 온전히 응할 때 하나님은 엄청나게 또 기뻐하실 것입니다. 마음의 틀을 바꾸는 큰 은혜의 여백이 여러분들에게 있기를 바랍니다. (정리: 김화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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